여자처럼 가슴 나온 남자 어린이 혹시 라벤더 오일 탓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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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라벤더는 자색 꽃이 피며 다년생풀이다. 식품.화장품 등에 쓰인다.

향료 식물의 하나인 라벤더. 꽃이며 잎 등 식물 전체에서 짙은 향이 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라벤더 오일은 샴푸.비누.팩.차 등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라벤더 오일 경계령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미국 콜로라도 의대 클리퍼드 블로치 박사팀과 미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소 케니스 코래치 박사팀은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근호에서 라벤더 오일이 티트리 오일과 함께 남자 어린이의 유방 비대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경고했다.

남성의 여성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는 유방 비대증에 걸린 세 명의 남자 어린이와 유방암 세포를 연구한 결과 드러났다. 라벤더 오일은 꽃이 필 때 잘라 증류해 뽑아내는 향료 기름을 말한다. 티트리 오일은 호주가 주산지인 티트리 나무 잎에서 뽑은 기름으로 이 역시 다양한 생활용품에 첨가되고 있다.

유방 비대증에 걸려 병원을 찾은 다섯 살배기와 열한 살.여덟 살배기 등 세 명은 공통으로 라벤더 오일과 티트리 오일이 들어간 샴푸나 비누.로션 등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런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별로 의식하고 있지도 않았으며, 연구자들 역시 처음에는 무관심하게 넘겼다. 그러나 세 명이 라벤더 오일과 티트리 오일이 들어간 생활용품을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 그런 역기능을 밝혀낸 것이다. 세 어린이는 다른 약물을 복용하거나 마약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생활용품에서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설 살배기의 경우 유방 지름이 2.5㎝, 열한 살배기는 3.5㎝ 등 모두 눈에 띄게 솟아올라 있었다. 마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여자 어린이를 연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라벤더 오일과 티트리 오일이 첨가된 모든 생활용품 사용을 못 하게 했다. 그러자 몇 개월 뒤에는 세 아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호주가 원산지인 티트리. 잎을 따 향료를 뽑는다.

연구팀은 인간 유방암 세포를 넣은 시험관에 라벤더 오일과 티트리 오일을 넣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그 결과 두 가지 향료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관련 유전자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반면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 관련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향료가 세 어린이에게 유방 비대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일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한 셈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남성 유방 비대증이 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환자 각각에 따른 원인은 어떤 화학 성분 탓에 내분비 호르몬 체계의 균형이 깨져 일어난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분석된 경우는 많지 않다. 최소한 이들 세 어린이의 경우는 라벤더 오일과 티트리 오일이 발병을 촉진시켰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두 향료가 남자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쳤지만 얼마나 많은 양을, 어떤 빈도로, 얼마나 긴 기간 동안 사용했을 때 그런 증세가 나타나는지 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이 연구 논문이 나오자 미국 화장품협회와 향료원료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두 향료가 남성 유방 비대증과 상관 관계가 있다고 확증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 라벤더 = 여러해살이풀로 키가 60㎝ 정도다. 초여름에 꽃대가 올라오며, 자색의 꽃이 핀다.꽃뿐 아니라 잎.줄기 등 전체에서 향기가 난다. 향이 가장 진한 꽃이 필 때 쯤 잘라 증류법으로 기름을 뽑는다. 화장품·향수·샴푸·약품·차 등 수많은 곳에 사용하고 있다

◆ 티트리=녹차 등 마시는 차를 따는 나무와는 다른 것으로 가는 잎을 가졌다. 호주가 원산지다. 비듬을 없애거나 염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간요법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증류법으로 잎에서 기름을 추출한다. 비누·탈취제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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