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역감정 폭발 도화선/바르셀로나 개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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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탈루냐지역 문화·풍속만 알려/중앙정부선 “분리독립 음모”경고
바르셀로나올림픽의 국적문제를 놓고 스페인정치권이 정면 충돌위기로 치닫고 있다.
스페인 집권당인 사회당과 중앙정부는 22일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카탈루냐주와 바르셀로나시는 이번 올림픽이 스페인의 한 도시에서 열리는 것인지,아니면 카탈루냐라는 독립국에서 개최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국적이 불분명한 올림픽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지금까지 드러난 것처럼 이번 올림픽 행사가 스페인 색채를 완전 배재한채 마치 카탈루냐라는 별개 국가의 행사처럼 진행될 경우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며 조르디 푸졸 카탈루냐 주지사와 파스쿠아 마라갈 바르셀로나 시장겸 대회조직위원장에게 공개적인 으름장을 놓고있다.
중앙정부와 집권당의 강력한 경고가 발동되자 마라갈대회 조직위원장은 『올림픽은 개최국만을 위한 행사가 될 수 없으며 전세계,온인류의 행사여야 한다』고 정면반발,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대회개막을 불과 2일 앞둔 시점에서 양진영이 이처럼 첨예한 대결양상으로 치닫게 된데는 지난 18일 첫 공개된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과 카탈루냐주 정부가 전세계 1만2천명의 올림픽 취재보도진들에게 배포한 홍보자료 내용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세계 3억 인구에 생중계 되는 개막식 공개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탈루냐 전통문화와 풍속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특히 스페인국기와 국가는 뒷전으로 밀린채 카탈루냐주 국기와 국가가 맨먼저 입장·연주되는 등 얼핏 보면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 무관하다는 착각이 들만큼 스페인 색채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여기에 개막식 리허설에 참관했던 4만명의 올림픽 관계자들이 카탈루냐 국가와 국기가 연주·입장할 때는 환호성을 보낸 반면 스페인국가가 연주되고 국기가 입장하자 휘파람을 불며 야유를 보낸 사실이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 됨으로써 93년 총선을 눈앞에 둔 중앙정부와 집권당의 심기를 극도로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각국 보도진들에 배포한 홍보책자의 제목을 「92 카탈루냐,유럽국가」(CATALUNA92,ANEUROPEAN NATION)로 표기,마치 카탈루냐를 유럽의 한 독립국가인 것으로 소개하고 있고,바르셀로나 거리에 스페인국기는 게양하지 않은채 카탈루냐국기만 게양하고 있는 사실도 마드리드측을 자극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집권당의 주요당직을 맡고있는 하비에르 소토의원은 푸졸지사에게 『만일 이같은 현상이 25일 개막식 행사에서 재연될 경우 후안 카를로스국왕을 비롯,귀빈석의 모든 사람들이 누구 얼굴을 쳐다보게 될지 알게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후안 호세 라보르다상원의장은 『카탈루냐가 인위적으로 국경선을 변경하려 한다면 그 즉시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중앙정부와 집권당측으로부터 강경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아무튼 올림픽을 계기로 폭발한 양진영의 감정대립은 프랑코총통 독재통치시절부터 줄곧돼온 카탈루냐주 분리독립 운동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 분명하고 이 경우 자칫 유고나 구소련에서처럼 걷잡을 수 없는 민족분규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마저 나돌고 있다.<바르셀로나=올림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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