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도 알아준 「점쟁이」|중앙민방위학교 훈련과 연병균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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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운수를 가장 많이 봐 준 「점쟁이」는 미아리고개의 「○○도사」도 아니고 그 유명한 김아무개도 아닌 한 공무원이다.
3공화국때는 청와대·중앙정보부·공화당 등의 유력인사와도 관계를 맺었던 이 「거물급 점쟁이」는 현재 내무부 중앙민방위학교 훈련과에 근무하는 연병균씨(49·행정주사).
연씨가 본직 외에 「일관」의 역할까지 하게 됐던 것은 71년 고향인 충북 괴산군청에서 서기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직후 사주·관상능력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입산해 3년동안 고시공부를 하면서 승려들에게 배운 실력으로 주변사람들의 운수를 봐 준 것이 신통하다고 소문이 났다. 사람들이 꾀기 시작하면서 절에서 갖고 나온 책으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고 중앙에까지 이름이 알려졌다.
공화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장성출신 L모씨를 통해 청와대 비서진과도 줄이 이어져 한 해의 국운을 내다보거나 중요행사때 택일을 할 정도였다. 김형욱씨는 중앙정보부 시절 부하직원을 보내 정치·경제·사회문제 등을 점쳐보기도 했다는 연씨의 회상이다. 정보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찾아오자 정보과 형사들이 무슨 내용을 알아갔는지를 파악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있었다는 것.
5공화국 이후 이같은 기관의 주문은 없어졌지만 고위관리·정치인·군부장성 등과의 관계는 계속됐다.
『천기누설은 되도록 피하고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라도 개인의 영달보다는 나라를 위해 일할 인물이라는 판단이 설 때 제대로 봐주게 됩니다.』
이같은 원칙 때문에 77년 청주시, 84년 내무부 본부로 옮겨 근무를 하는동안 「연도사」와 대좌한 일반 직원들은 거의 없다.
연씨의 특기는 관상. 사주는 공식화되다시피 한 것이지만 관상은 얼굴의 형과 색을 잘 읽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달마상법」으로 이론공부를 하며 틈틈이 실습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국내에 몇 안되는 국운풀이 전문가이기도 하다.
『올해의 운수는 음력 6, 8월과 연말이 안좋아 정보사부지 사기사건 당연하고 다음엔 정치가 복잡해지고 연말엔 여자 때문에 사회가 시끄럽겠어. 그러나 경제사정은 좋아지겠군.』
장·차관한테도 『담배있어?… 불도 내놔』라고 반말로 기를 꺾고 들어간다는 연씨는 『자리잡고 나면 벌이도 괜찮을텐데…』라는 말에 정년퇴직하면 「달마상법」을 쉽게 풀고 그때까지의 경험을 종합해 관상책을 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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