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삼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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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PC통신의 대화마당에서 누군가가 지신의 나이가 30세가 넘었다고 소개하면 곧바로『으악! 할아버지 아니야』라는 놀림이 사방에서 터져 나온다.
10대나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PC통신의 이용자들에게는 30대가 회귀 존재로 보이기에 충분하지만 시대적인 환경 때문에 속절없이 나이만 든 채 이제 겨우 PC통신에 재미를 붙여 발을 들여놓은 할아버지·할머니(?)에게는 너무나 가슴아픈 설움과 따돌림이다.
그래서 지난해 봄 이런 설움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며30대 PC통신인들이 의기투합해 「삼동회」를 탄생시켰다.
『기성세대에게는 급변하는 정보통신시대의 이해를 돕고 신세대에게는 올바른 PC문화를 제공하자』는 모토아래 삼동회는 이름대로 나이가 많아도 순진 무구한 아이들의 마음을 갖자는 모임.
현재 삼동회는 지난해 10월 KORTEL에 공식동호회로 등록되기까지 애를 쓴 창립임원들을 지난3월 정기회에서 상임고문으로 앉히고 유안도(삼안상사)회장, 장현익(문화부 출판자료 과)·문영모(한일기기)총무와 이득미(항진시스팀 대표)·원미나(선우 프로덕션 만화애니메이터)씨 등 4명의 시솝을 합해 7명으로 임원진을 새로 구성했다.
회원은 모두 3백 명 정도며, 가입자격은 남성은 30세 이상·여성은 25세 이상이다.
친목모임성격이라 회원들의 직업도 전문 프로그래머로부터 의사·약사·군인·회사원·주부·미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PC통신으로 대화할 때 업무 때문에 자주 대화가 끊어지곤 한다.
대화 중『잠깐, 침 좀 놓고 올게요』,『사랑니 뽑아주고 왔어요』에서『아기 젖 좀 먹일게요』등으로 실례를 무릅쓰는 회원들은 서로 직장과 가정에서 느끼는 고뇌와 갈등을 주저 없이 털어놓는다.
시솝의 지위를 이용해 동료회원을 아내로 맞은 문 총무는 지난달 아내와 다툰 뒤 아내가 올린 게시판 대화내용에 동조하는 회원들의 성토에 몸살을 앓고 곧바로『사랑하는 아내 남지, 못난 남편 두어 미안하다』라는 사과문을 올려 사랑을 되찾은 추억도 있다.
홍일점 시솝 원씨는『활동이 저조한 회원들을 정리한다고 발표하자 순식간에 2천여 편의 글이 게시판에 모이는 해프닝 덕분에 올 가을쯤 동호회지를 만들게 됐다』며『KORTEL의 유료화와 통신요금인상으로 아직 정착되지 않은 PC통신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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