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정치인의 혼외 딸 "아버지 위해 78년간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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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제임스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다. 이제서야 나는 완전한 자유를 찾았다."

17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호텔. 지난 6월 1백세로 숨진 서먼드 상원의원(공화당.사진(右))과 흑인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이지 매 워싱턴 윌리엄스(78.사진(左))는 평생을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미 전역에서 온 흑인단체 대표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

윌리엄스는 "아버지가 피해받길 원치 않았다. 아버지의 경력을 생각했고 그의 가족이 잘되길 바랐다"면서 "하지만 나의 자식들에게 그들의 뿌리가 어딘지는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상속권 등 어떤 권한도 행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먼드 전 상원의원은 22세 때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하녀(16세)와의 사이에서 윌리엄스를 낳았다. 주인집 아들이 흑인 하녀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남부에선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흑인 친척이 윌리엄스를 키웠다. 하지만 서먼드 전 의원은 자기 딸에게 양육비와 편지를 보내고, 상원의원이 된 뒤에는 워싱턴 사무실에도 종종 초대했다.

그러면서도 서먼드 전 의원은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1957년 민권법 통과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이나 의사진행 발언을 했을 정도였다. 서먼드 전 의원은 끝까지 딸의 존재를 숨겼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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