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자금 「산업화」 겨냥/북한 왜 갑자기 화폐개혁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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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난 대처… 통화흐름도 파악
북한이 15일 갑자기 단행한 화폐개혁은 주민들과 기업소들의 보유화폐를 회수해 사장되고 있는 유휴자금을 산업자금화하는 동시에 심각해지고 있는 물가인상을 억제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구소련과 동구의 붕괴에 따라 무역규모가 90년 47억달러에서 91년 27억달러로 크게 격감,경제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나 내외자 동원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3월 생필품 생산 및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노동자와 사무원의 임금을 43% 대폭 인상조치한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생필품가격을 2백%,철도요금을 3백%씩 각각 인상했었다.
이같은 조치 등으로 인해 북한의 화폐가치는 크게 평가절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북한내에 일종의 지하경제가 생기고 이에 따라 개인이 화폐를 보유,사거래에 이용하는 양이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취한 「화폐교환」은 실질적으로 「화폐개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그 배경에는 ▲북한 사회내부의 통화흐름을 파악하고 ▲주민들과 기업소들이 움켜쥐고 있어 유통되지 않는 돈을 환수해 이를 산업자금화하며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주민과 기업소 등을 파악하기 위한 다목적 조치로 보여진다.
북한은 47년 12월 당시 통용되던 일제화폐를 폐지하고 조선중앙은행권을 처음으로 발행,유통시킨 이후 59년 2월과 1차 「화폐교환」(교환조건 1백대 1),79년 4월 2차 「화폐교환」(1대 1)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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