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반기 베스트셀러 TV전파타면 책방서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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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 상반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특징은 텔레비전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내용들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좋은 내용을 찾는 독자들은 여전히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을 선호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작년에 급박하게 돌아간 세계정세 때문인지 미래예측과 국제관계를 다룬 책들도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부문 1위인『그대만 보이지 않는다』는 유산상속 문제에 휘말린 한 여자가 다중인격의 남자를 사랑하게 돼 기구한 운명에 놓이게 되는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후지TV의 전파를 탄 작품이다.
소설부문 2위에 올라있는『꽃의 시화 집∼』은 호시노 도미치로의 일곱번째 작품. 그는 체육교사로 재직 중 체조시범을 보이다가 몸을 다쳐 사지를 못 쓰게 됐으나 불굴의 정신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붓을 입에 물고 꽃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가슴 속 깊이 와 닿는 시를 쓰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일본서점에서 그의 두 번째 시화 집을 서점주인의 권유로 들여다보고 푹 빠져들어 일본인 저자의 책으로는 유일하게 사 갖고 온 적이 있다. 작년 5월에는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호시노 미술관」이 군마현에 들어섰는데, 하루에 천명 이상의 관람객이 일본전역에서 몰려든다고 한다.
불가사의한 기억을 단편 괴기소설로 엮은『주홍 기억공과 유치한 인생관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서 삶의 다양한 면을 체득해 가는 교양소설인『낭봉항』은 1백6회 직목상, 인간관계와 심리를 싱싱하고 스피디하면서도 매우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지고지소』는 새로운 세대(1961년 생)의 새로운 문학성이 표현돼있다는 평을 받은 1백6회 개천상 수상작이다.
비 소설부문 1위인『자 가자, 심리세계로』는 같은 타이틀의 TV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책이다. TV프로그램의 내용은 일종의「심리분석게임」쇼라고 부를 수 있겠다.
연예인들이 출연해서『당신눈앞에 전화기가 있습니다. 어떤 전화기입니까』『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 전화벨이 계속해서 울리며 좀처럼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합니까』와 같은 문제들이 주어진다.
출연자들이 무엇을 알아보려는 의도인지 몰라 진담을 빼며 대당하면 심리학자가「정답」을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전화기의 형태이미지는 자신의 성과 성기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평가와 맞물리는 것』이고,『잠잘 때 걸려온 전화에 대한 대응은, 그럴 마음이 없는데 섹스를 강요하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 달 하순에 있을 세 번째 책의 간행 뒤에 저작권수입 문제가 마무리된다고 하는데, 한일 두 나라의 독서취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비 소설부문 6위에 올라 있는『역사의 종말』(원제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하고,「인류의 이데올로기적 진보의 종점」을 역설해서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책. 저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무성 정책기획부 차장을 거쳐 지금은 워싱턴의 랜드연구소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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