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화성에서 꿈꾸다'는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화성에서 꿈꾸다'는 서울로 수출된 지방공연장 작품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7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만든 이 뮤지컬을 초청, 지난 4~6일 경희궁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7월 일주일 동안 초연된 작품이 서울 예술의전당(3월)을 거쳐 경희궁에 입성하기까지에는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과 찬사가 뒷받침됐다. 수원 초연 당시 50%대에 불과하던 객석 점유율은 서울에서 90%로 훌쩍 뛰었다. 사람들을 빨아들인 '화성'의 코드는 세 가지. 역사.사랑.효(孝)다.

◆ 왕의 야망=연출가 이윤택씨는 "왕과 평민 장덕의 사랑은 계층적 차별을 혁파하려는 정조의 정치적 이상과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또 정조는 자신을 죽이러온 자객을 방면하며 "신념을 지닌 자를 죽인 폭군으로 기록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시대에 부딪히는 정치적 야망을 가졌던 왕의 이야기는 제작진의 바람대로 '내용이 있는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냈다. 역사의 아이러니와 비극성이 잘 녹아있다는 평을 들었다. 정조가 왜 그토록 화성을 지으려고 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작품은 미완의 개혁가로서의 왕을 충실히 그린다. 화성 축조 과정을 재연하기 위해 거중기 두 대가 등장하는 것은 단지 무대의 규모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실사구시의 실학을 아끼고 열린 정치를 꿈꾼 통치자의 모습을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남자의 사랑=상품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곡 '꿈길'에서 정조는 연인 장덕에게 "나의 존재가 너무 무거워 너에게 다가갈 수 없었지"라고 운을 뗀다. "나 그땐 임금이 아니었고. 나는 이제 아파하는 한 남자일 뿐"이라고도 노래한다. 허구의 인물인 평민 장덕이를 사랑하는 임금의 마음이 단순한 선율에 실려 폭발력을 지녔고 관객은 열광했다.

◆ 아들의 효심=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 품고 왕위에 오른 이야기 또한 경쟁력을 갖췄다. 다산 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조선시대 정치.사회.문화는 효를 떠나 존재할 수 없었다. 수원 화성 축조의 본뜻은 왕위에 오르지 못한 아버지에게 임금의 칭호를 주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정조의 효심은 세대를 막론하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소재다. 때문에 이 작품의 관객층은 20.30대는 물론 40.50대에까지 폭넓게 걸쳐 있다.

본심 심사위원장 김윤철 씨는 "명성황후 이후 대형 창작뮤지컬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작품"이라며 "한국적 소재에 상상력이 빛을 더했다"고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특별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강승민.김호정.김경진 기자, 영상 부문=양광삼.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