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들 "디자인 입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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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부해수욕장에 설치될 바다시청 조감도. 철강도시 포항의 이미지를 살려 철강재료를 사용하고 배를 형상화했다.[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연말까지 북부해수욕장에 건립할 바다시청 건물의 설계를 최근 공모과정을 거쳐 P업체로 선정했다. 바다시청은 철강도시의 이미지에 맞게 철강 재료를 사용하고 해수욕장 주변에 어울리게 배 모양을 형상화했다. 바다시청은 주민의 민원을 맡아 해결하는 사무실과 화장실.샤워장.탈의실을 갖춘 지상 1층, 연면적 200㎡의 소규모 건물이다. 포항시가 이런 작은 건물까지 설계 공모해 건축에 나선 것은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포항시 건축과 김병규씨는 "포항을 생태.문화예술 도시로 가꾸기 위해 건축물.교량 등 모든 공공 시설물에 도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 중소도시들이 앞다퉈 도시를 아름답게 새 단장하는 도시 디자인에 나서고 있다.

본지가 우리 사회의 공공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높이자는 취지로 지난해 7월부터 '공공 디자인 산책'을 연재한 이후 여러 지방 도시가 '품격 있는 도시 만들기' 개혁에 나선 것이다.

지방 도시들은 전문가로 자문.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원들로 전문팀을 구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도시 디자인 개선해 아름다운 도시로"=포항시는 지난 1월 '테라노바 포항 프로젝트' 선포식을 했다. 테라노바는 라틴어 테라(Terra.땅)와 노바(Nova.새로움)의 합성어로 포항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사업. 이를 위해 공무원 4명으로 테라노바팀을 구성했다. 또 이대준 한동대 교수, 류춘수 건축사 등 외부 전문가 7명으로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박상규 테라노바 팀장은 "이 프로젝트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친환경적이면서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문화예술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지난해 11월 5급을 단장으로 한 6명으로 도시디자인기획단을 구성해 도시 디자인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획단 김상기 계장은 "구미는 1970년대 국가산업단지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져 미관.환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도시 디자인을 개선해 아름답고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해시는 이미 2000년 10월 전국 최초로 도시디자인과를 두고 도시 디자인 개혁에 앞장섰다. 시는 그동안 서김해 인터체인지 입구에 김해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해반천 교량 3개소에 야간조명을 설치하는 등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꾸몄다.

안양.김해.창원.목포.김천 등도 시 차원에서 도시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어떤 사업 추진하나=자치단체의 사업은 다양하다. 구미시는 2015년까지 10년간 공터.가로변.아파트단지.자투리땅 등 곳곳에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기 힘든 옹벽 등에는 담쟁이덩굴로 꾸민다.

구미시는 공공 건물을 설계공모를 통해 짓고 민간 건물의 건축허가 때 자문위원회를 거쳐 미관을 고려하기로 했다. 교량.공원.분수 등 공공 건물에는 특색 있는 조명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기대 도창환(건축학부) 교수는 "지방 중소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과 예술성, 창조성을 결합해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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