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예금으로 소액신용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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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돈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사업이 추진된다. 대부업 이자율도 현재보다 10%포인트가량 크게 낮아진다.

정부는 서민을 상대로 한 사금융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 66%인 대부업체 이자 상한선을 10%포인트 낮추는 대신 대출 길이 막히는 서민층을 구제하기 위해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하기로 했다. 사업 재원은 휴면예금을 주로 이용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대부업법에 규정된 이자 상한선을 연 70%에서 60%로 낮추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주 입법예고할 것"이라며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위해 수천억원대의 공익재단을 설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주인 잃은' 8100억원으로 저신용층 지원=국회와 재경부 등에 따르면 2년 가까이 논란을 빚어온 휴면예금 및 휴면보험금 처리를 놓고 최근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 금융회사가 6개월간 주인 찾아주기 노력을 한 뒤 그래도 남는 돈은 민.관이 함께 설립하는 공익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휴면계좌에 남은 돈을 곧바로 공익재단 설립에 쓰자는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 안과 휴면예금을 다른 은행에 있는 원래 고객의 활동계좌로 자동이체해 주자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안이 맞서 왔다. 이를 재정경제부의 절충대로 6개월간 휴면계좌의 돈을 찾아준 뒤 남은 돈으로 공익재단을 만들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하기로 타협을 본 것이다.

현재 금융회사들의 휴면계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8100억원. 부문별로는 은행이 3800억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3600억원과 700억원이다. 은행은 대개 5년, 보험사는 2년간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 잔액을 잡수입으로 처리해 왔다.

◆ 이자율 하향에 업계 반발=현재 대부업에 규정된 이자 상한선은 연 70%. 실제 적용되는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한 연 66%다. 재경부는 상한선을 연 60%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법이 통과되면 관련 시행령 상한선도 56%로 10%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정부는 또 다음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자제한법상 이자 상한선(연 40%)도 시행령을 통해 연 30%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대부업법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대부업체에,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 금전거래와 미등록 대부업체에 적용된다. 정부는 대부업 이자율을 낮춤에 따라 대출을 못 받게 되는 사람이 약 15만 명, 금액으로는 연간 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휴면예금으로 조성한 공익재단에서 대신 빌려주되, 재원이 모자라면 정부 예산을 일부 끌어다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정찬우 박사는 "현재 66% 상한선도 일부 대형 대부업체만 지키는 상황에서 이자율만 낮추게 되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 마이크로크레디트=영세민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고 또 이를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아름다운세상 기금 등이 일부 하고 있지만 아직 범위는 극히 제한돼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유누스 총재를 통해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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