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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를 보는 취향의 차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호 02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스파이더맨 3’을 지켜본 전 세계 관객들의 반응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3명으로 늘어난 적, 너무 강하게 변한 피터 자신, 돌아선 연인까지, 대여섯 개로 뻗어난 서브 플롯은 너무 많은 걸 담으려 하고 있다는 게 평단이나 관객들의 공통된 의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시각효과와 액션 신은 이를 충분한 오락거리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호평과 혹평 사이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가져온 소소한 논쟁거리가 관객들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 우리나라 관객의 리플에서 빠지지 않는 게 ‘성조기가 펄럭이는’ 장면(사진)이다. 한쪽에서 “미국 영웅주의의 집대성을 보여주는 장면, 닭살 돋았다”(Kwff)고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바로 반격 들어온다. “그럼 제목부터 태극기가 들어가는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것도 멍청한 우국주의 영화냐”(anta), “솔직히 ‘스파이더맨 3’가 한국 영화라면 태극기 사이를 가르며 도심을 빙 나는 게 나와줬으면 하고 바라지 않겠느냐”며 편견을 비난한다.

이 논쟁은 영화 속 태극기 등장 샷을 찾아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한 네티즌이 영화의 배경 화면에서 1초 정도 건물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게 등장하는 태극기를 캡처하며 “태극기도 등장한다”고 소개해 화제를 모은 것이다. 성조기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비난은 ‘영웅영화=미국의 애국주의 영화’라는 공식이 은연중에 학습되어버린 우리 관객들의 유난한 예민함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 미국 쪽 관객과 평단이 ‘욱’ 한 장면은 따로 있다. 성격이 변한 스파이더맨이 재즈바에서 보여주는 노래와 춤, 건들거리는 폼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여자들을 유혹하는 장면에 유독 혹평을 쏟아놓는다. 우리 관객에게는 피터가 단정하게 빗어올렸던 앞머리를 내리고 변신하는 이 장면이 참신함으로 다가온 반면, “유치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극장을 나오고 싶었다”(micheal granato, 캐나다)며 불편한 웃음을 준 대표 대목으로 꼽혔다. ‘토요일밤의 열기’의 존 트래볼타의 명 장면을 본뜬 이 대목에 대해 북미 관객과 평단은 “마치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쇼’에나 등장할 영화의 패러디 장면 같다”고 볼멘 목소리를 냈다. 개봉 전 마케팅은 ‘거미 인간’ 피터 내면의 어두운 변화를 중심에 내세웠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 변화의 결과란 것이 고작 케케묵은 70년대 아이콘의 손쉬운 패러디였던 것이다. 별것 없는, 그 ‘지나친 가벼움’에 대한 실망감이 북미 관객을 허망하게 만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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