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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이력서' 붙인 한우 싼 수입소 와도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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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강원도 평창군 하안미리, 유장근(49)씨의 소 사육장. 유씨는 한우 310마리를 키우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한두 마리를 키우다 6년 전 평창축협이 맡긴 한우를 길렀고, 그 후 축산 전업 농가가 됐다.

유씨가 키우는 소는 모두 한쪽 귀에 동그란 노란색 식별표를 달고 있다. 반도체칩이 내장된 무선 전자태그(RFID)인 이 식별표에는 소의 출생 정보와 먹인 사료, 예방접종 내역 등 온갖 사육 정보가 담겨 있다. 유씨가 키운 소는 도축돼 평창축협의 소고기 브랜드인 '대관령 한우'로 팔린다.

유씨는 "외국산 소고기가 아무리 싸게 들어온다 해도 건강하게 길러진 한우라는 게 입증되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이마트 은평점. 부인과 함께 쇼핑 온 이경록(41)씨가 정육코너에서 '대관령 한우' 등심 포장육을 골랐다. 포장 팩엔 가격표(7만3381원)와 함께 고기의 고유 생산번호(186277807)가 새겨진 라벨형 전자태그가 붙어 있다.

이씨가 매장 내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에 한우 포장 팩의 전자태그 부분을 들이대자 화면에 '소를 키운 사람:송옥호, 등급:최상급, 도축일자:2007년 4월26일, 100g 가격:9630원'이라는 정보가 나타났다. 이씨는 "믿을 수 있는 한우를 많이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한우 이력 추적 시스템이 축산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시스템은 소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단계별 정보를 입력.관리해 준다. 값싼 수입 소고기가 한우 고기로 둔갑하는 것을 막아주고 시판 중인 한우 고기에서 말썽이 나면 역추적할 수 있다.

평창축협은 2005년 정부가 지정하는 전자태그 사육의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고, 그해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해부터 전자태그를 붙였다. 그전에는 대관령 한우 등 9개의 한우 브랜드가 바코드 시스템만으로 소고기 이력을 관리했다.

전자태그는 바코드보다 한 단계 앞선 기술로 정보 입력.관리가 정교하다. '대관령 한우' 브랜드 소유자인 평창축협이 농가에 맡겨 키우는 한우는 1만1000마리다. 그중 3300마리에 전자태그를 붙였다. 이런 관리 덕에 대관령 한우는 품질이 좋고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대관령 한우를 파는 이마트 관계자는 "대관령 한우가 지난해 전자태그로 한우의 이력을 관리한 결과 판매량이 전년보다 5%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자태그 이력 시스템이 확산되려면 전자태그 가격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 한 마리가 태어날 때부터 도축돼 판매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려면 약 700개의 전자태그가 필요하다. 전자태그 가격이 현재 개당 250원 수준이어서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17만원의 전자태그 비용이 필요하다. 바코드 시스템(약 1만7000원)의 10배에 달한다. 평창축협의 고종민 주임은 "전자태그 값이 50원 정도로 내려가면 전자태그 시스템을 도입하는 축산농가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차진용.송지혜 기자

◆ 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초소형 안테나와 칩이 들어가 있는 전자장치. 상품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가까운 거리의 단말기에서 알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코드와 달리 직접 접촉이나 스캐닝이 필요 없는 비접촉식 무선인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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