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두달째 목타는 농심/모내기도 못하고 해봤자 말라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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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논 1만여정보 피해 극심/빗나간 장마예보 믿고 있다가 뒤늦게 지원소동
극심한 가뭄으로 논밭이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남부지방의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
더욱이 이른 장마 예보로 차일피일하다 대비가 늦어져 농심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는 여론이다.
5월부터 두달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충청 이남지역의 저수지·논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말라붙은 하천·밭은 산들바람에조차 뽀얀 흙먼지를 날리고 있으며 모·밭작물은 각종 병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늦가을 풀처럼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늘 내일」하던 기상청의 빗나간 비소식만 믿고 대책마련에 느긋해 있던 농림수산부와 각 시·도는 지난달 30일 「당분간 해갈기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통보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양수기 총동원령을 내리고 농촌일손돕기운동을 가뭄대책 돕기운동으로 전환키로 하는 한편 예산 64억원을 긴급배정하는 등 가뭄극복 대책마련에 나섰다.
◇농작물 피해=1일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가뭄피해가 특히 심한 영·호남지방의 올들어 6월까지 강우량은 평균 3백24㎜로 평년에 비해 2백㎜나 적고 전국 평균도 1백20㎜가 적어 전국 2만여개 저수지의 저수율이 37%까지 떨어져 평년의 67%에 비해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인해 지난달 30일 현재 전국적으로 아직 모내기를 못한 논이 5천5백정보,모내기후 타들어 가는 논이 5천6백정보나 되는 등 피해면적이 1만1천여정보로 집계되고 있다.
앞으로 수일 안에 비가 오지 않을 경우 피해면적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농산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전북지방에서는 총강우량이 이 지방 평년 4백80.5㎜에 비해 2백1.5㎜가 적은 2백79㎜에 불과해 도내 저수지 2천3백2개중 41%인 9백52개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저수율이 19%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내기철이 지난 지금까지도 1천5백47㏊에 모내기를 못해 이중 7백47㏊에는 다른 작물을 심었고 모내기 논 1천5백㏊가 고사,고갈·균열현상이 나타나 며칠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10∼15%의 감수가 예상되고 있다.
충남의 올 평균 강우량은 2백45㎜로 최근 10년 평균 3백98㎜를 크게 밑돌고 있는데다 6월 한달동안 강우량도 예년 평균 1백30㎜의 3분의 1 수준인 44㎜에 불과해 저수지·하천바닥이 드러나고 농작물 피해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식수난=중남부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고지대 주민들이 이미 소방차 또는 각 시·군 급수차 등을 통해 비상급수를 받는 등 식수난을 겪고 있는데 경북 김천에서는 유일한 상수원인 감천이 지난달 15일부터 바닥을 드러내 물이 부족하자 김천시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길이 2.5㎞에 이르는 하천바닥을 파 겨우 물을 끌어올리고 있으나 그나마 부용·지좌동일대 고지대 1천5백여가구에는 수도물이 나오지 않아 급수차를 동원하고 있다.
제주시·북제주군·남제주군 등 3개 시·군 주민 4만7천여명을 대상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는 어승생수원지의 저수량이 지난달말 8천2천t에서 4만t으로 절반이하로 떨어져 지난주부터 물공급량을 평소 1만7천8백t으로 1만3천t으로 줄이는 한편 2∼3일안에 비가 오지않으면 격일제 급수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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