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로축구팀 2004년에도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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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국'의 수도 서울이 내년에도 연고 프로축구팀 없는 도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서울시 의회가 16일 '서울 연고 프로축구단 유치지원예산(1백억원)'의 전액 삭감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지원이 없다면 서울 연고팀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백50억원으로 늘어난다. 웬만한 대기업도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러나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필요할 경우 서울시 의회가 추가예산을 편성해 1백억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백억원 지원 물건너 갔나

현재로선 '내년도 1백억원 지원'이 매우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윤병국 전문위원은 1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치단체가 민간기업에 예산을 지원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1백억원 지원안이 부결됐다"고 전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1백억원이 편성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타협으로 편성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분주해진 축구협회

축구협회 조중연 전무와 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 등 서울구단 창단실무위 소속 축구인들은 17일 급히 서울시를 방문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및 의회 관계자들과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장 신생팀 창단을 원하는 팀이 없어 1백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예산편성에서 누락시킨 것일뿐"이라고 말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추경예산을 편성해 1백억원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서울시.대한축구협회.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로 구성된 창단 실무위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비용 중 축구계 분담금 2백50억원 가운데 ▶1백억원은 축구협회가 부담하고▶1백억원은 서울시가 지원하며▶나머지 50억원은 서울연고 프로구단이 낸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서울시에 1백억원을 전달했다.

◇주춤해진 안양 LG

안양은 16일 서울연고에 정식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예산 삭감 소식이 전해진 뒤 '일단 유보'로 돌아섰다.

서울로 연고 이전을 추진해 온 한웅수 안양 단장은 17일 "50억원의 부담을 전제로 서울 입성을 추진한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 지원이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95년까지 서울연고를 갖고 있었던 안양에 서울 진출의 우선권이 있다는 안양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신생팀 창단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축구협회 조중연 전무는 "기존팀의 서울 입성은 왼쪽 호주머니에 있던 돈을 오른쪽 호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신생팀 창단을)10년이나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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