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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토종닭(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닭이 인간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가축 가운데 하나로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약 5천,6천년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야생의 닭이었으나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서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가축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신라의 건국설화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닭을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한 역사는 2천년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국호를 계림이라 한 것이 그것이다.
그 역사야 어찌됐든 우리나라의 닭이 맛이나 약효에 있어 다른 어느 나라의 닭보다 뛰어나다는 기록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의학서인 『초본류』는 약용으로 쓸때는 반드시 조선닭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명나라때 이시진이 저술한 『본초강목』은 조선의 장미계가 여러 닭중에서 가장 맛이 좋고 기름지다고 했다.
닭의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모양도 나라마나 다소 다른데 우리나라 토종닭의 특징은 이시진이 장미계라 지적했던 것처럼 대체로 꼬리가 길다는 점을 꼽았던 것 같다.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도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장미계뿐만 아니라 재래종의 토종닭마저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 까닭은 외국산 닭들이 대량 유입돼 혼혈종이 대종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품종은 이탈리아 원산인 흰색 레그혼이다.
닭이 냉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식생활이 다양해짐에 따라 닭고기와 달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니까 닭 사육을 기피하게 되고,닭을 키우더라도 손쉬운 외국닭을 택하게 된 것이다. 토종닭의 사육기간은 보통닭의 2배에 이르고,값은 4배이상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나도는 토종닭의 80%가 외국산 품종이라는 사실조차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몇년전에는 상당수 양계업자들이 갓 태어난 수평아리들을 무더기로 냇물에 버리는가 하면 모이를 많이 먹고 빨리 크게 하기 위해 밤새도록 불을 켜 잠을 자지 못하게 해 물의를 빚은 일도 있었다. 바야흐로 닭의 수난시대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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