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화랑가|대형 전시장 개관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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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의 대표적 화랑중심가인 서울의 「인사동 화랑가」가 대규모 전시공간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월 전시면적 4백여 평 규모의 덕원 미술관이 새로 문을 연데 이어 오는 8월말엔 2백60평의 백상갤러리가, 9월초엔 6백여 평의 공평 아트센터가, 내년 말엔 1백여 평의 신세계백화점 화신점 미술관이 잇따라 개관할 예정이다.
90년대 들어 서울 강남지역에 많은 화랑들이 신설되면서 「화랑 중심가」의 역할이 다소 퇴색했던 인사동 화랑가는 이처럼 대형 미술관·화랑들이 새로 들어섬에 따라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시공간의 확대는 전시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젊은 작가들에게 큰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공평아트센터와 덕원 미술관은 넓은 공간을 젊은 작가들에게 대관 함으로써 이 같은 전시장 부족 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화랑은 많이 생겼지만 주로 기성 인기작가들의 전시를 위주로 상업성을 앞세워왔기 때문에 신진작가들은 여전히 전시장 부족을 겪어왔다. 신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금호 미술관의 내년도 대관신청이 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은 이 같은 실정을 잘 대변해준다.
지난 2월 19일 인사동 네거리부근 옛 파고다 면세점 건물에 들어선 덕원 미술관은 건물주인 이헌씨가 건물의 내장공사를 다시 벌여 미술관으로 꾸민 것. 각 1백여 평 규모의 5층 건물 가운데 4개 층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1층은 고 미술품 상설전시장으로, 2층은 미술관의 기획·초대전의 공간으로, 4·5층은 대관 공간 등 성격별로 이용되고있다. 내년부터는 현재 증권회사가 들어선 3층도 전시장으로 꾸밀 예정이다.
현재의 선화랑 뒤편 백상빌딩 지하에 들어서는 백상갤러리는 최신식 조명설비와 이동식 벽면을 갖춘 대형화랑으로 평상시에는 2∼3개 화랑으로 나누어 사용하며 대규모 전시회 때는 한 공간으로 터서 이용될 계획이다.
이 빌딩의 지하에는 도호·다경·달마화랑 등 7개의 화랑이 들어서 화랑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신설 전시장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옛 화신백화점 뒤편 공평빌딩 1·2층에 들어서는 공평아트센터. 이전시장은 전시공간이 6백여 평으로 국내 사설 미술관·화랑가운데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이쿠치니제 최신조명설비와 이동식 칸막이를 갖추는 이 전시장도 공간이 워낙 넓기 때문에 전시장을 6∼7개로 나누어 당분간장르별로 대관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공평아트센터는 특히 건물주인 신영술씨(72·아주물산 대표)가 임대보증금만 1백억 원대에 이르는 이 공간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시장으로 개조해 화제가 되고있다.
그는 『그 동안 관심을 보여온 미술문화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 이같이 결심했다』고 밝히고 『이 공평 아트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전시공간을 3·4층으로 점차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건설중인 신세계백화점 화신점의 12층에도 1백여 평의 전시장이 들어선다. 이 전시장이 완공되면 기존의 신세계백화점본점·동방플라자점 미술관 등과 함께 특성별로 운영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 화신점이 완공되면 본점 및 화신점의 미술관은 기획·초대전 위주로 운영하며 90평의 전시장을 갖춘 동방플라자점 미술관은 젊은 작가들에게 대관 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랑가는 이 같은 대형 전시공간의 확대가 침체 일로를 걷고있는 화랑가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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