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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만의 「청류객」가재/북한·도봉·관악산 계곡하류에 서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돌 들추니 두세마리씩 옹기종기/도롱뇽·버들치 등도 다시 나타나
70년대 중반부터 북한산·도봉산·관악산 등 서울근교 산의 계곡물 오염으로 정상부근 상류지역을 제외하곤 멸종되다시피 했던 「청류객」가재가 최근 도롱뇽·버들치(중태기) 등과 함께 하류에까지 떼지어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90년말부터 시작된 입산취사금지·산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에 따라 계곡물이 급격히 맑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환경복원에 하나의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2일 북한산 정릉계곡입구 매표소에서 4백여m쯤 거슬러 올라간 성인천 하류에는 물속의 돌틈마다 가재들이 2∼3마리씩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본사 취재팀의 눈에 확인됐다.
가재출현은 북한산의 10여개 등산로를 포함,도봉산·관악산의 서울·안양·과천방면 등 모든 계곡에서도 마찬가지로 도봉산 도봉계곡의 경우 매표소에서 3백m 떨어진 서원터에는 4∼5㎝ 크기의 어미가재와 갓 태어난 새끼가재까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바로 옆을 흐르는 무수골계곡에도 가재·버들치가 뛰놀고 있었다. 그중 버들치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달 18일 우이동 계곡에 대한 수질 및 생태계 실태조사에서 10년만에 발견한 「귀한 손님」. 갑각류 생태학 전문가인 전 서울대교수 김훈수박사(69)는 『가재는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1PPM미만 1급수에서만 서식,오염도 측정의 기준이 되는 생물로 등산로 입구에서 발견된 것은 물이 그만큼 맑아졌다는 증거』라며 『특히 길이 1㎝안팎의 새끼들은 올 5∼6월에 산란된 것으로 집단서식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반가운 일』이라고 흥분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정릉분소 황동환씨(40)는 『70년대 중반이후 볼 수 없었던 가재들이 지난 겨울부터 물속에서 한두마리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봄부터 상류는 물론 하류까지 웅덩이마다 수십마리씩 돌밑에 떼지어있는 것이 부쩍 눈에 띈다』며 『휴일이면 가재잡이 나온 어린이들로 계곡이 북적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정릉계곡 약수터의 경우 배수구멍에 가재가 들어가 박히는 바람에 물길러온 등산객들을 애태우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산부근에 사는 어린이들은 방과후나 주말이면 곤충 등을 미끼로 물속에 던져놓은 뒤 가재가 꾀면 체로 걸러내는 방법으로 수십마리씩 잡아 지나는 등산객들의 동심을 자극하기도 한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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