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물자」조달 “하늘의 별따기”/한국기업들의 고전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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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위탁가공도 우리측 경영권 인정안해
지난 90년 중국 요령성에 투자진출한 D사는 최근 원자재를 못구해 고전하고 있다. 원자재인 철광석이 1급 전략물자로 물량이 부족한데다 성내의 20여개 중국 동종업체들이 담합해 공급을 막고 있기때문이다. 또 흑룡강성에 진출한 S사는 원자재인 목재가 부족,원가의 30%를 리베이트로 주고도 구하지 못해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투자계획은 지방정부와 맺지만 1급물자 원자재는 중앙정부에서 관리해 정작 투자진출한 뒤에는 원자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투자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대중투자는 지난 5월말까지 80건,9천3백만달러가 집행됐다.
그러나 경영관리·원자재구득난·판로 등 3중고와 무리한 투자계획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근로자들이 이직이 심하고 기술이 뒤떨어져 공장가동에 어려움도 크다. 중국에서는 직장에 정식고용될때 주민등록카드(당안)를 내야하나 중국 근로자들이 전직장에서 가져오지 않고 근무하다가 마음에 들지않으면 곧 되돌아가는 일이 많아 지난해말 공장가동한 봉제업체인 S사는 2백여명의 종업원중 3개월 사이에 1백80여명이 그만두기도 했다. 또 가정용품생산업체인 P사는 직원 2만명·부품공장 20여개를 갖춘 중국의 대기업과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국측의 부품이 불량품이 많아 고전하고 있다.
위탁투자의 경우 대부분 우리측의 경영권이 전혀 없어 중국측은 이미 우리측이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을 이용,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이 잦다. 이에 따라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D사는 최근 중국측과 위탁가공계약을 체결했으나 『자본·기술·설비까지 제공하는 기부성 투자가 될 것』이라는 자체분석으로 결국 포기했다.
이같은 3중고에다 최근에는 중국지방정부의 무리한 사회보장투자요청이 늘고 있고 우리나라의 투자자가 급증하자 사이비투자자문회사도 크게 늘어 올들어 북경에만 20여개가 생겨났다. 연해주에 투자한 C사는 현지 지방정부로부터 노인정 건설 등의 사회봉사활동 명목으로 종업원 1인당 50∼2백원을 낼것과 종업원 8명의 헌혈을 요청받았다. 더구나 헌혈자는 10일간 휴가와 5백원의 보양비를 지급해야 했고 어길경우 1인당 1천원의 벌금을 내야했다.
이에 대해 대한무역진흥공사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최근 외국기업에 대해 공익성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측에도 문제는 있어 충분한 중국관계법 등의 사전조사없이 성급히 투자계약을 체결하거나 심지어는 중국어로만 계약서를 만들었다가 뒤늦게 일방적으로 파기한 경우가 지금까지 1백여건에 달해 중국측의 신용을 잃고 있다. 언어·문화적인 차이로 현지에 파견된 한국관리자와 중국근로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태업까지 일어나기도 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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