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 돕는 일엔 국경이 없죠"|우경문화예술상 받은 일본작가 소노 아야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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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합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이나 남을 사랑해본 사람은 이 평범한 진리를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부자들이 문제예요. 그들은 세금만 낼줄 알지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줄은 몰라요.』
일본 여류작가 소노 아야코(61)여사가 우경문화재단(이사장 전낙원)이 제정한 제3회 우경문화예술상을 수상하기 위해 내한했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나환자촌인 나자로마을을 위해 72년부터 일본에서 강연회 및 자선모임을 주선, 성금을 모아 20여년간 총4억여원을 지원한 것이 소노 여사의 공적사항이다.
17일 제주도 파라다이스 서귀포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소노 여사는『상금 1천만원 중 반은 나자로마을에, 상금에 담긴 한국의 우정에 보답하는 뜻에서 반은 일본의 불우한 사람을 돕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남을 돕는 일은 국가나 이념·체제를 초월합니다. 남을 돕는 행위는 인간의 착한 본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떠한 전제도 있을 수 없지요. 그러나 일본인들의 경우 한국에만큼은 그렇질 못한 것 같아요. 과거 식민행위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돕는 일본인들이 많아요. 그것도 식민·정복에 아무런 악역도 할 수 없었던 서민층이 말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아프리카·동남아 등 세계적으로「불우이웃」을 돕고있는 소노 여사는 자신을 포함한 일본인 지원자 모두가 한국에만큼은 일종의 속죄양같은 마음을 갖고있어「도움의 순수성」측면에서 못내 안타깝다고 말한다.
『속죄의식·피해의식 등이 사라지고 어서 한일관계가 사랑과 존경으로 맺어졌으면 해요. 나자로마을 분들만 뵈면 기뻐요. 나는 그분들을 위해 조금의 돈밖에 거둬드리지 못하지만 코도 없고 앞도 못보는 그분들이 나를 위해 그토록 깊은 기도를 올리는 것을 보면 저절로 얼싸안게 돼요. 이것이 사랑과 존경으로 맺어지는 관계의 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도 이제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그렇게 껴안았으면 해요.』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바티칸 유공십자훈장을 받을 정도로 소노 여사는「세계 불우이웃돕기」운동의 지극한 실천가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부부작가로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남편은 일본 전후문학을 선도하는 작가로 활약하다 85년 민간인 출신으론 드물게 문화청장관에까지 기용됐던 미우라 슈몬.
소노 여사가 불우이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70년 인도 나환자에 대한 작품인『인간의 함정』을 산케이신문에 연재하면서부터니 문학세계와 삶이 맞아 들어간 행복한 경우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청초함을 잃지 않은 소노 여사는『부부가 세상에서 같이 본 아픔들을 사랑으로 쓰고 실천하다보니 늙을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제주=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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