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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방] 설득의 기술은 체계화된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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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화된 토론(formal debate)은 찬성과 반대 측이 심사위원을 설득해 더 많은 표를 얻어내려는 게 기본 구조다. 그러나 이 기본 틀 내에서도 다양한 세부 방식이 있다. 7월 서울에서 중ㆍ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세계학교토론대회에서 사용하는 ‘세계대회 방식’(WSDC Style)을 중심으로 토론의 법칙을 알아본다.
 
◆기본 형식=찬성(Proposition) 과 반대(Opposition) 팀이 있으며 경기에 임하는 각 팀은 3명의 학생으로 구성된다. 토론의 순서 및 시간 배정은 다음과 같다:
 ① 찬성 첫 번째 토론자(8분) ②반대 첫 번째 토론자(8분) ③찬성 두 번째 토론자(8분) ④반대 두 번째 토론자(8분) ⑤찬성 세 번째 토론자(8분) ⑥반대 세 번째 토론자(8분) ⑦반대 최종변론(4분) ⑧찬성 최종변론(4분)
 최종변론은 각 팀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토론자 중 한 명이 하게 된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한 명의 토론자가 이 부분을 맡아 4 대 4 토론으로 진행해도 된다.
 최종변론을 제외한 모든 연설에서 상대팀은 ‘Point of Information(POI)’, 즉 연설내용을 반박하는 증거자료, 질문, 논리 등을 15초 내로 간략하게 제시할 수 있다. 언제 어떠한 POI를 받을지 아니면 받지 않을지는 연사가 결정할 수 있으나 발표 중 두 개 정도의 POI는 받을 것으로 권장된다. 단 앞뒤 1분은 보호된 시간이며 POI를 제시할 수 없다.
 
◆역할배정=찬성 측 첫 번째 토론자는 먼저 의제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그 다음, 팀에서 주장할 논거들이 무엇이며 누가 어떠한 논거들을 제시할 것인지 알려준 후 본인이 맡은 논거들에 대한 발언을 한다. 모든 논거들은 처음 두 토론자에 의해 제시되어야 하며 세 번째 토론자는 이미 제시된 논거들에 대해 반박 및 재정립하는 역할이므로 첫 번째 토론자는 단순한 배경 소개의 내용만을 담고 있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대 측 첫 번째 토론자는 찬성 측이 제시한 정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합리적인 정의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찬성 측의 정의가 합리적인 정도를 벗어나지 않은 이상 찬성 측의 정의를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이슈들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다. 그런 뒤 토론자는 양 팀의 케이스 사이에 차이들을 짚고 반대 측의 논거가 무엇이며 누가 어떠한 논거들을 제시할 것인지 알려준다. 이어 찬성 측 첫 번째 토론자가 제시한 내용을 반박하고 본인이 맡은 논거들에 대해 발언한다. 찬성 및 반대 측 두 번째 토론자는 상대팀이 제시한 논거들 및 반박 내용을 반박하고 본인이 맡은 논거를 제시한다. 단순히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증거 혹은 해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찬성 및 반대 측 세 번째 토론자는 이미 제시된 논거들 사이에 중요한 대립(clash)들을 식별하고 이에 맞추어 상대편을 공격한다. 찬성 측은 주요 논거가 아닌 부차적인 논거를 새로 제시할 수도 있으나(최대 1~2분 할애)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으며 반대 측은 더 이상 새로운 논거를 제시할 수 없다. 새로운 논거가 제시된다면 항상 반박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최종변론은 순서가 바뀌어 반대측이 먼저 발언하게 된다. 여기서 토론자는 단순히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팀 쪽으로 편향된 일종의 토론총평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자료나 내용을 제시할 수 없으며 이미 다뤄진 내용에 따라 왜 상대편 보다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 할지 마지막으로 어필할 기회이다.

조슈아 박 한국토론협회장 국가청소년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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