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효과' 산업계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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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젠 실용성만으로는 시장을 잡을 수 없다. 일용품이던 핸드백이 구찌와 루이뷔통.프라다 등의 화려한 디자인으로 패션의 한 요소로 등장한 이른바 '핸드백 현상'이 다른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7일 최근 실용성을 중시하던 제품에까지 디자인을 개발하고 패션화를 추구하는'핸드백 효과(handbag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에서 명품과 패션 분야 헤드헌터로 활동하는 프로리안 드 셍 피에르는 최근 새 고객이 많이 생겼다. 패션에 무심하던 회사들이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총괄해 담당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찾아 달라고 의뢰해 오기 때문이다. 식기와 침대보를 만드는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침대회사 설타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유명한 베라 왕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그 결과 매출이 크게 늘었다.

검은 여행 가방이 대표 상품이던 투미는 최근 액세서리 개념을 강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가게 인테리어를 고급으로 꾸몄다. 보석 회사 드비어스도 그간 없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용을 결정했다.

특히 모토로라와 돌체&가바나, LG와 프라다, 벤츠와 조르조 아르마니 등 휴대전화와 자동차 분야에서 명품 브랜드와 손을 잡는 합작이 활발하다고 FT는 덧붙였다. 신문은 이러한 변화 원인은 소비자 수요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디자인이 매출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F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런 추세 때문에 일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몸값은 CEO에 맞먹을 정도"라고 전했다. 뉴욕의 브랜드 컨설턴트 리사 블랙은 "가장 기본적인 제품조차 독특한 관점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 핸드백 효과 = 한때 여성들에게 일상용품 개념이던 핸드백이 1990년대 후반 들어 패션으로 인식된 .핸드백 현상.이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당시 구찌의 톰 포드,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 등이 잇따라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여성들은 핸드백을 단순히 필요할 때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멋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처럼 요즘은 일상용품도 디자인을 중시하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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