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물건수리비 새것의 2∼3배(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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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땜질 등 손으로 하는 일엔 인건비 엄청나
얼마전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녀석의 자전거가 고장났다. 앞바퀴 바람이 빠져 있었다. 펑크였다.
빨리 고쳐내라는 성화에 못이겨 앞바퀴만 떼어 시내 자전거가게로 갔다.
자전거,부품판매 수리를 겸하고 있는 가게였다. 대여섯명이 줄을 서있어 한참 기다린 끝에 차례가 왔다.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수리를 부탁했다. 펑크수리라고 해야 땜질이 고작이려니 하고 수리비를 물어보았다. 20마르크(약 1만원)라고 했다. 다른 물가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는 않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비싸다』고 슬쩍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주인은 『싼 방법도 있다』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뭐냐고 물었다. 타이어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란다. 7마르크면 된다는 것이었다. 주인이 외국인의 시원찮은 독일어를 잘못 알아들은 것으로 생각,차근차근 다시 물어보았지만 같은 대답이었다. 공정가격이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됐다. 어떻게 땜질값이 새 타이어값의 세배가 된단 말인가.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있지만 이건 너무 하다싶어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주인이 이유를 설명했다. 아주 간단했다.
『땜질은 사람손으로 하는 일,즉 한트아르바이트(Handarbeit)이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우리네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가던 이 의문이 풀렸다. 이와 함께 똑같아 보이는 기념품이나 코피잔에 「한트아르바이트」란 표시가 돼있으면 왜 값이 두세배나 비싼지 알게 됐다. 요는 인건비,즉 사람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독일 가정엔 웬만한 연장이 다 갖추어져 있다. 가구조립이나 전등다는 일은 물론 가전제품과 가재도구의 수리·페인트칠 등도 대부분 직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마당에 자동차 엔진을 들어 내놓고 부부가 함께 수리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선진국 또는 선진사회란 무엇일까.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사람 귀한줄 알고 그래서 사람값이 비싼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보면 크게 잘못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쓰레기청소부나 문짝 수리공이 벤츠를 몰고 다니고 1년에 4∼5주는 휴가를 즐기도록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해주고 있는 독일은 분명 선진국이다.
이 사회적 합의는 다름아닌 높은 인건비에 의한 불편과 고통의 분배다. 비싼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하든지,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하든지의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선진사회가 우리의 사고방식대로라면 결코 편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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