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트라이앵글 깨졌다" '반수생'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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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대입전형안이 발표됐다. '수능 9등급제'가 도입되고, 연세·고려대 등이 정시에서 모집인원의 50% 가량을 수능성적으로만 선발하기로 했다. 발표 이후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아 2007학년도 입시에서 하향지원했던 대학 재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재도전을 준비하면서 대입경쟁이 더욱 달아오를 조짐이다.

◆ 또 한번의 도전, '반수생'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학생부 성적이 너무 안 좋아 울며 겨자먹기로 하향지원했습니다. 그래서 재수도 엄두를 못냈는 데 수능만으로 뽑는 비율이 늘어나 희망을 갖게 됐죠."
지난달 28일 중앙일보 대학입시설명회장을 찾은 최필상(19·가명·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군은 재수 결심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고대가 목표였던 최군은 "한번 더 도전해보라"는 부모의 권유에도 '내신 3등급'이 늘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임정훈(19·가명·중앙대 기계과)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임군은 1학년 1학기 학점신청을 12학점으로 최소화했다. 연세대 공대가 목표인 임씨는 벌써 수학·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5월부터는 집 부근 단과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인 재수 전선(?)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학생부-수능-논술로 이어지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깨지면서 '수능만 잘 봐도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돼 재수의 길을 선택하는 대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임군은 "같은 과 친구 20여명 중 5명 가량이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학생부 성적이 안 좋아 하향지원했던 학생들은 2008학년도 입시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올라가는 경쟁률, 고 3 수험생 긴장
대학 재학생 중 재수를 준비하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3 수험생 교실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아 대입을 포기하다시피했던 학생들도 수능에 올인, 학업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반수생 증가에 따른 수능점수 상향화를 고려,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학과의 전형을 분석해 취약부분을 보완하고, 또 하나의 변수인 논술준비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나 강남 8학군 고교는 이번 정시안을 반기는 한편, 상담시간을 늘려 경쟁률 상승에 따른 학생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 청담고 배행택 3학년 부장은 "이과 졸업생의 경우 치·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결심한 뒤 모의고사 문제를 구하기 위해 학교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고3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심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학원가 '즐거운 비명'
반수생이 늘면서 학원가는 분주하다. 강남·노량진 학원가는 상위권 대학 법·의대를 목표로 하는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간 반을 개설하고, 주말반 강좌를 늘렸다. 또 앞다퉈 특강 형식의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대성학원은 강남·노량진 학원에 법·의대 반을 따로 개설, 14일 개강한다. 또 학원을 오지 못하는 반수생들을 위해 현장강의를 담은 700여개의 온라인 강좌를 만들어 지난달 초부터 월 8만원 정액제로 운영하고 있다.
노량진 비타에듀 학원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목표로 하는 반수생을 대상으로 고난도 개념·문제풀이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이달 출시 예정으로 '반수생 특강' 온라인 강좌를 제작하고 있다. 비타에듀 종합반의 경우 수강생의 10%가 반수생이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병화 비타에듀(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실장은 "예년에 비해 반수생 비율이 20~30% 가량 증가했다"며 "입시변경에 따라 1학기가 끝나는 6월부터는 반수생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그래픽=프리미엄 황정옥·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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