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넘으면 면제/중소형은 부과/세탁기 특소세에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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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전산업의 경쟁력 높이기 일환 당국/면세규정 다칠까봐 여론화꺼려 업계
세탁물 무게 6㎏ 이하용량의 중소형세탁기를 살때는 20%의 특별소비세(특소세)를 물고 있지만 6㎏이 넘는 대형세탁기에는 특소세가 붙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소형세탁기를 구입할 형편밖에 안되는 서민 등은 출고가에다 38.6%의 세금(특소세 20% 포함)이 얹혀진 값에 세탁기를 사쓰고 있는 반면,대형세탁기를 돌리는 중산층이상 가정에서는 세탁기를 살때 특소세 없이 10%의 부가세만을 물게 돼있다.
당초 사치품 소비를 억제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76년 제정된 특소세가 세탁기에 관한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부터 거꾸로 세금을 거둬내고 있는 셈이다.
특소세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세목이라는 비판이 드높지만 이같은 희안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 역시 시대변천에 따라 부합하지 않게 된 낡은 규정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4년 대형세탁기의 국산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6㎏을 초과하는 세탁기에 대해 특소세를 면제해 주는 조항을 재무부령으로 시행규칙(제18조)에 삽입했었다.
이 조항은 6㎏을 넘는 세탁기가 아예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은 88년 이전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89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산 대형세탁기가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조세형평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는 대형세탁기가 오히려 부편화돼 올들어 지난 4월까지 가전3사 세탁기 판매량의 87%가 6㎏이상 제품일 정도에 이르렀다.
국세청이 발표한 주요물품 출고동향을 보더라도 올들어 4월까지 특소세부과대상인 6㎏ 이하 중소형세탁기 출고량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세수는 36.5%)에 그칠 정도로 급감하는 바람에 정부가 특소세 존속의 대의명분으로 삼고 있는 세원확보 구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일이 수년째 고쳐지지 않고 지속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84년 당시 대형세탁기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해 6㎏ 초과세탁기에 대한 면세규정을 신설했다』며 『대형세탁기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한 90년 무렵 이같은 예외조항을 폐지할 것이 한때 검토됐으나 마침 국내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제기된 가전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에 밀려 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뜩이나 국내 가전업계가 어렵다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당분간 이 규정을 폐지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전업계에서도 틈만 나면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인하나 폐지건의를 정부에 내면서도 한편으론 그나마 가전제품중 유일하게 혜택을 입고 있는 대형 세탁기 면세규정이 다칠까봐 세탁기 특소세문제만은 공론화되기를 꺼리면서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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