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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프린트 비용이 매출의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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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무실에서 문서작업을 할 때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미국 기업의 문서작업 비용은 매출의 1~5%(2005년)에 해당한다. 사내 정보화가 갈수록 진척되고 있지만 출력하는 문서량이 급증한 결과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사무용 문서는 2004년 2조6230억 장에서 2009년 2조9070억 장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문서의 출력량은 1998년부터 복사량을 앞질러 3조3000억 장(2005년)에 달한다.

한국의 사무기기 시장을 살피러 최근 한국에 온 세계적인 프린터업체 렉스마크의 데이비드 챈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일반 기업의 경우 직원 한 명당 문서작업 비용은 연간 50만~150만원에 달한다"며 "프린터나 복사기만 잘 관리해도 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외환은행은 사무기기를 재편해 경영효율을 높였다. 이 은행은 지난해 8월 초까지만 해도 5000대가 넘는 출력기기(프린터.복사기.팩스)를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지난해 8월보다 68% 줄어든 1600여 대만 사용하고 있다. 열 대 중 일곱 대를 사무실에서 내친 셈이다.

그만큼 관리비용 부담도 덜고 사무공간도 여유가 생겼다. 본점과 지점의 프린터를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복사기와 팩스를 복합기로 바꾸는 등 문서출력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이 은행 사무지원부 신현정 부장은 "업무속도는 세 배 이상 빨라졌고, 토너 구입비나 인쇄용지.전기료 등은 1년 전보다 20%가량 절감됐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처럼 금융권을 중심으로 사내 문서 출력 업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프린트 정보화(통합 출력관리 시스템)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나 보잉.델.GM 같은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HP.렉스마크.엡손 등 프린터 업체들도 독자적으로 통합 출력관리 서비스 사업에 팔을 걷고 있다.

엡손코리아 서치현 부장은 "프린터 업체들이 기업용 프린터나 복사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사무기기를 빌려주고 종합적으로 사무환경을 개선해주는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프린트 정보화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간 7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프린트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사무기기 관리부서도 따로따로 있었다. 프린터는 IT부가, 복사기와 팩스는 사무지원부가 맡았다. 프린터나 복사기가 고장 나면 장비 관리자인 총무담당자는 복구에 애를 쓰느라 일상업무를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신 부장은 "개선작업 이전에는 출력기기의 공급사도 프린터.복사기.팩스 업체가 제각각이었다"며 "전국 지점의 토너와 용지 같은 소모품을 제조사와 모델별로 파악해 조달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사내 본점과 지점의 출력기기들을 한 회사의 제품으로 통합해 네트워크로 묶었다. 지점과 직원별로 출력량을 측정해 사무실에서 출력기기를 자주 쓰는 직원 옆으로 기기를 배치했다. 또 ▶300장 이상의 대량 출력 ▶A4 이외의 용지나 ^컬러 출력물은 사내에 마련된 별도의 출력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용지나 토너 같은 소모품을 조달하거나 기기를 고치는 일은 모두 외부 업체에 맡겼다.

외환은행의 시스템을 운영 중인 HP의 이미징 프린팅 그룹장 조태원 부사장은 "통합 관리 시스템을 수주하면 회사 사정에 맞게 출력기기들을 배치하고 원격으로 사무기기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한국알리안츠생명은 올 3월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장비 대수를 54% 줄였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시스템을 운영한 지난해 한 해 동안 7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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