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귀화 일본인의 '진도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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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로부터 '아름다운 관광한국을 만드는 사람들'로 선정돼 17일 상을 받는 용구혜자(龍口惠子.47)씨는 귀화한 일본인이다. 다키구치 게이코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그가 전남 진도에 사는 사연은 이렇다.

"1982년 한국 관광을 왔어요. 그때 한 남자를 만났고 일본으로 돌아간 뒤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바로 지금의 남편입니다. 3년 연애 끝에 결혼해 한국으로 건너왔죠. 그런데 원래 장애가 있었던 남편의 몸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91년 고향인 진도로 함께 내려왔습니다."

진도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살림을 꾸리느라 삯바느질까지 해야 했다. 그러던 그가 관광안내원으로 군청에 특채된 것은 97년. 일본에서 진도의 개해(開海)현상을 소재로 한 노래가 유행하면서 일본인들이 몰려들자 군청 측이 용구혜자씨를 떠올린 것이었다.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했다. 매년 수만명에 이르는 일본 관광객들을 도맡아 안내하면서도 보다 정확한 안내를 위해 진도의 문화.역사.풍습을 공부했던 것. 여기에 '진도아리랑' 등 민요까지 배우는 정성을 보인 그는 지난 8월 문화관광 해설자 자격증을 따냈다.

"일본인 관광객으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을 때가 가장 보람차다"는 그는 "너무 큰 상을 받아 부담스럽지만 한국을 더 잘 알리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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