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하 값으로 주식 줬다" 전 팬텀 관계자 진술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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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최대 규모의 연예기획사인 팬텀엔터테인먼트가 방송사 고위 간부급 PD와 기자 등 10여 명에게 헐값에 주식을 제공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팬텀 측은 소속 연예인들의 각종 프로그램 출연과 이들에 대한 홍보를 위해 주식 로비를 벌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전직 팬텀 측 관계자로부터 "2005년 4월 코스닥에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90여만 주의 주식을 시가(당시 기준 1000원 안팎)의 절반 이하로 방송사 PD 등에게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받은 사람 중에는 방송사의 고위 간부급과 유명 PD가 포함됐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팬텀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은 뒤 친.인척 이름으로 보관해 오다 주가가 급상승하자 이를 처분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첩보가 있다"고 전했다. 2005년 3월 코스닥 상장 직전 주당 300원이었던 팬텀의 주가는 연예계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면서 같은 해 7월 1만원대까지 뛰어올랐고, 12월 말에는 3만500원까지 폭등했다.

검찰은 PD나 기자들이 팬텀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이나 언론 홍보 등을 대가로 주식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배임수재 혐의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형법(357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금품을 제공한 쪽도 배임증재로 처벌이 가능하다. 배임증재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찰은 주식로비 의혹과는 별도로 팬텀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조세포탈.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팬텀 측은 "방송사 PD 등에게 주식을 준 적이 없으며 아는 바도 없다"고 밝혔다.

회장 구속영장은 기각

법원은 이날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이 회사 회장 이모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회장은 2005년 하반기 10여 개의 차명계좌로 팬텀의 주식을 분산시켜 놓고 미공개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팔아 108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기고도 세금 18억원을 내지 않았고, 회사 돈 6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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