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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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예부터 차를 타고 내리는 손님이 기다리는 곳을 대합실이라 불렀다. 이곳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시끌벅적 생동감 있고 삶의 의욕을 느끼게 해주던 장소다. 촌음을 아껴 써야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나는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의 정겹던 대합실이 때때로 그리워진다. 옛날 대합실은 지금처럼 지저분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평택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문을 파는 코너를 운영하는 것이 생업이 되었다. 이곳에는 함부로 버린 휴지들이 이곳저곳에 널려있고, 곳곳에 놓여 있는 휴지통 안은 오히려 비어있다. 아무 데나 불을 끄지도 않고 버린 담배꽁초·과자봉지·음료수통들. 『아저씨, 휴지통에다 버리시지요』해도 굳이 바닥에다 버리는 이도 많다.
껌을 씹고 아무데나 버리고 주위사람은 아랑곳없이 소리내 씹고…. 이곳 터미널 안에서도 격무에 시달리는 미화원들이 때때로 바닥에 달라붙은 껌을 떼어내기 위한 힘든 작업을 하는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미군기지 가까이에 있는 이곳 평택은 외국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데 그네들 보기에 부끄러운 때가 많다. 꼭 외국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아이들에게 솔선해 행동의 모범을 보이는 부모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 같다. 요즘의 터미널대합실이 옛날 시외버스를 기다리던 정겨운 분위기를 되살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깨끗하고 편리한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평택시외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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