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킨헤드족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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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러시아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스킨헤드(skin head.신 나치 극우주의자)'족이 또다시 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스킨헤드족의 집단 구타와 살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밤 페테르부르크 시내 마라타 거리에서 북한 국적의 김현익(42)씨가 몸 여러 군데를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金씨의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발견 당시 金씨에게 30만루블(약 1천2백만원)이 그대로 남아있고 집단 구타 당한 상처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스킨헤드족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나이지리아 청년(20)이 스킨헤드족에 집단 폭행을 당해 중태에 빠졌다.

지난 3일 밤 모스크바 교외지역을 운행하는 열차 안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청년 김 야로슬라브씨가 6명의 스킨헤드족에 집단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모스크바 민족우호대학(우데엔) 구내에서 스킨헤드족 20여명이 외국인 유학생 6명을 집단 구타,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날 사고는 약 50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모스크바의 스킨헤드 그룹 '25시'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4일 38명의 사망자와 2백여명의 부상자를 낸 이 대학 기숙사 화재도 스킨헤드족의 방화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스킨헤드족의 난동사례가 잇따르자 러시아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1990년대 중반 극성을 부리다 푸틴 집권 이후 단속 강화로 수그러들었던 신 나치 극우주의자들의 활동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민족주의 성향을 타고 또다시 재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는 2만여명에 달하는 스킨헤드족이 각종 극우주의 단체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독일 나치즘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며, 외국인들이 러시아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이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최근 스킨헤드족 테러 일지>

▶11월 24일 38명이 숨진 모스크바 민족우호대학(우데엔) 화재 방화 가능성

▶11월 29일 우데엔 구내에서 외국인 학생 6명 집단구타 중상

▶12월 3일 모스크바 교외 열차에서 고려인 청년 구타로 사망

▶12월 초순 나이지리아인(20세), 페테르부르크에서 구타로 중태

▶12월 14일 밤 북한인(42세), 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칼에 찔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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