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선거」대선전략 연계/개원협상 야 공조합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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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DJ 여론확산·정 후보 야성 부각 “접목”/“실리 없다”판단되면 언제든 갈라설 소지
제1(민주)·제2(국민) 야당이 14대 국회운영에 힘을 합치기로 다짐해 소위 야권공조의 힘과 범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철 민주·김정남 국민총무는 2일 낮 첫회담에서 야권 공조체제를 유지·강화키로 약속했고 3일에는 양당 4역 회담에서 민자당과의 국회 개원협상에 힘을 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3대초반 여소 야대의 4당시절 3야당의 공조체제가 민정당을 무력화 시켰던 적이 있어 민주·국민당의 빠른 움직임은 민자당을 긴장시킬만 하다.
무엇보다 핵심쟁점인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문제에 대해 「법」을 지키고 국민과의 「정치적 약속」을 지키라고 한목소리로 민자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현재 법대로 하면 단체장선거는 이달말까지 해야 하나 금년초 민자당은 경제난을 들어 몇년 늦추기로 하면서 총선 때 유권자표로 연기방침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었다.
그러나 민자당이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함으로써 민주당은 대통령선거와 동시 실시를 당당히 요구,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국회문을 여는데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명분과 야당성 부각의 필요성에서 이해를 따지던 국민당도 단체장선거 문제에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따라서 단체장선거 시기를 95년으로 미룬 민자당과 야권의 정상적인 절충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며 이로인해 14대국회의 개원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민주·국민당이 빨리 손을 잡은데는 단체장선거와 개원협상이 대통령 선거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단체장선거 연기 의도를 관권선거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는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공무원 사회와 국민들에게 어느정도 확산될 때까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속셈이다. 무슨 공격을 하든 민자당이 대응논리를 펴기가 쉽지않은데다 당장 단체장선거를 늦춘다니까 시장·도지사들의 태도가 김영삼민자당대표쪽으로 돌아가 이를 저지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주영국민당 대표도 이번기회에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는 대통령후보의 모습을 보이려 하기 때문에 결코 녹녹치 않다.
특히 조윤형의원의 탈당을 김영삼대표의 유인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국민당으로선 일단 야권쪽으로 무게를 옮겨실을 수 밖에 없다. 박춘원의원의 탈당으로 기분나쁘긴 김대중대표도 마찬가지여서 정 대표와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정 대표를 야권쪽에 묶어 김영삼대표의 친여결속 전략에 대응하려는 김대중대표의 생각과 야당의 목소리를 내면서 입지를 넓히려는 정 대표의 의중이 용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두 당의 공조는 끈끈함과 위력면에서 아직 믿을만 하다고 단정하긴 시기상조다.
민주당이 당장 국회를 열기 전에 단체장선거 문제를 매듭짓자는데 반해 국민당은 본회의에서 의원선서 정도는 하고 단체장 문제를 분리해 따져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어서 국회가 문을 열지 않고 있는데 대한 국민들의 질책강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때문에 상임위원장 배분문제에 민자당이 양보해 실리를 채우면 야당도 「선별공조」를 내세워 등원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있다. 국민당으로선 이탈움직임이 있는 의원들의 자체 안정을 위해서도 조속한 등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국민당은 야당으로서 민주당과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공약했고,그래야만 기존 정치권에 넌더리 내는 일부 국민정서를 잡아 지지층을 넓힐 수 있다고 계산하기 때문에 공조에는 기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96석)·국민(32석) 양쪽을 합쳐봤자 과반수(1백50석)에 못미치는 것도 문제다.
어차피 양당 모두 서로의 차별성을 의식하고 있어 어느 한쪽이 실리가 없다고 느끼면 쉽게 갈라설 소지를 안고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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