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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 불가피한 선택/부실 투신사 “한은특융”처방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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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타금융시장 “전염”우려 비상조처/자본시장 부실에만 지원 비판도
6공 최대의 부실로 불리던 투자신탁회사들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결국 정부는 예상대로 한국은행 특별융자라는 방법에 기대게 되었다.
한마디로 투신의 부실 정리는 「막다른 골목」이었으며,한은 특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한은의 특융이란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종의 「비상 조치」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왜 그같은 비상조치를 써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경제를 몰고갔느냐 하는 원론적인 비판과 함께 경제에 어려운 곳이 많은데 왜 유독 자본시장의 부실에만 정부의 배려가 들어가느냐는 현실적인 불만을 들어야만 하게 되었다.
결국 한은 특융으로 끝막음을 하게된 「자본시장 부실」의 싹이 뿌려진 것은 지난 86∼88년의 사상 유례없는 호황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당장의 흑자를 다들 우리의 「진짜실력」인양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주가도 1천%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부풀려졌다. 그러나 89년에 들며 경제상황은 나라 안팎에서 급전했고 이에 따라 주가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같은 주가의 거품빠지기를 투신사들이 떠안도록 했던 것이 89년의 12·12조치였고,이때부터 쌓인 투신의 부실은 26일 현재 자그마치 6조5백92억워(서울지역 3개 투신사의 차입금 합계)에 이르며 이에 대한 이자만 한해에 약 6천억원이나 된다는 것이 투신 부실의 현주소다.
문제는 이같은 투신의 부실이 투신사의 수지에만 영향을 준다면 모르겠으되 부실의 덩치가 일정 수준을 넘고나자 마치 암세포가 전이되듯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다른 분야에까지 연이어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이상 놓아두었다가는 수렁에 빠진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정부와 한은·정치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해결하자니 결국 한은특융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일부에서 비난하듯 「제2의 12·12」가 아니라 12·12조치의 영향을 이제야 떨어버리고 시장 원리대로 자본시장을 꾸려가기 위해 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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