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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별동대가 눈과 귀 돼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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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23면

“해외펀드가 인기였다. 그러나 한국에도 유망한 글로벌 기업이 많지 않으냐. 이런 착상이 먹혀들었다.”

국내펀드 수익률 1위 삼성투신 남동준 펀드매니저

1분기에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국내 펀드는 삼성투신운용의 ‘삼성 당신을 위한 코리아 대표그룹 펀드’였다. 종합주가지수가 1.26% 오르는 동안 8.5%의 수익률을 거둔 남동준(42) 펀드매니저를 만났다.

고수익 비밀=남 펀드매니저는 철저한 ‘현장파’다. 잘 모르는 기업은 아예 손대지 않는다. 그러나 1800여 개 상장기업을 다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삼성투신의 내부 리서치팀이 그의 눈이 되고 귀가 됐다. “12명의 애널리스트가 전해주는 종목 보고서와 기업 동향은 펀드를 요리할 때 훌륭한 재료가 된다.” 리서치팀은 아예 ‘한국 대표기업 유니버스(종목군)’를 따로 만들어 관리할 정도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처음 4~5년간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했다.

그가 사랑하는 종목=고수익의 또 다른 비결은 종목에 있었다. 코리아 대표그룹 펀드는 15대 그룹과 금융그룹 내 계열사, 공기업, 성장잠재력이 높은 도약기업군에 투자한다. 남 매니저는 “해외펀드만 글로벌 투자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내에도 시장지배력이 탁월하고 재무구조가 좋으며 남다른 경영문화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왜 하필 15대 그룹일까.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적절한 몸집을 가진 데다 공격적인 전략 마인드가 있어 눈앞에 닥친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한ㆍ미 FTA와 샌드위치론 등으로 기회와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선 특히 대표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기업은 짭짤한 배당금에 더해 민영화 호재를 주목한다. 미래도약 기업군은 삼성전기ㆍ삼성테크윈처럼 한때 ‘미운오리 새끼’였다 백조가 된 기업부터 NHNㆍ하나투어ㆍ메가스터디처럼 과점화된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기업을 주시한다.

그만의 철학=밸류에이션(수익성 등 기업가치)을 중시한다. 그는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와 1990년 1월 LG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출발했다. 이후 LG투신 펀드매니저 등을 거쳐 지난해 9월 삼성투신으로 스카우트됐다. 애널리스트 경험은 그에게 큰 자산이다. 기업 밸류에이션을 알려면 최소 5~10년간의 기업 히스토리를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그는 “역사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다.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어서다. 최근엔 역사책은 아니지만 바턴 빅스의 ‘투자전쟁(Hedge Hogging)’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의 별명은 ‘기업 탐방꾼’이기도 하다. “현장을 봐야 기업을 알고, 기업을 알면 산업을 알고, 산업을 알면 경제를 안다”는 소신을 실천한다. 이게 가장 확실한 투자비법이란다. “거시경제 지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1년 뒤 경기가 어떨지 갑론을박하는 것보다 밖에 나가 도넛 가게를 둘러보거나 사람들 옷차림을 보는 게 더 낫다고 했다.

그가 던지는 팁=그도 해외펀드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특히 경기가 살아나는 유럽이 좋다고 했다. 유럽 펀드는 독일ㆍ프랑스 등 국별로 산업이나 보유자원 등이 달라 다양한 투자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들려면 한국경제의 변화한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대표그룹 펀드에 그런 흐름을 담으려 애썼다”고 했다.

하반기 증시 전망은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2분기 바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3~4분기엔 이를 확인하는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가장 확실한 원칙은 아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수익률은 회사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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