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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우리 반은요, 노트북이 노트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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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뜬 그래프에 6분의 5만큼 색칠을 해보세요.”
 27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학초등학교 5학년 1반 수학 수업시간. 이준규 담임교사의 말에 따라 학생들은 전자펜을 들어 각자의 태블릿 PC 화면 위에 색칠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펜을 내려놓자 이 교사는 일반 교실이라면 칠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붙어 있는 대형 터치 스크린에 떠 있는 출석부에서 한 학생의 사진을 클릭했다. 화면은 곧 그 학생의 교과서로 바뀌었다. 친구의 삐뚤삐뚤한 글씨가 화면에 뜨자 아이들은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수업은 ‘분수의 크기’ 단원. 예전 같으면 색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분수의 크기만큼 종이를 오려내며 배웠을 과정이 모두 ‘디지털 교과서’ 상에서 마무리됐다. 2005년 ‘U-러닝 시범학교’로 선정된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는 6학년 1개 반, 올해는 5학년 1개 반이
‘수학’ 과목에 한해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반 학생들은 책과 연습장 대신에 태블릿 PC를 꺼내놓고 수업을 한다. 선생님도 분필과 칠판 대신 전자 형광펜과 터치 스크린 화면을 사용한다. 지난 3월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단’을 구성한 교육부는 2010년까지 초등학교 5ㆍ6학년 전 과목과 중학교 1학년 수학ㆍ영어ㆍ과학, 고등학교 1학년 수학ㆍ영어 등 25종의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U-러닝’연구학교인 서울 방학동 신학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27일 태블릿 PC를 이용해 공부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학교 공부 어떻게 바뀌나=현재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형’이다. 일반 종이 교과서를 화면상에 옮겨 놓은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아이들이 직접 썼다 지웠다를 할 수 있도록 했고, 게임을 통해서 배우는 방식과 애니메이션 형태의 설명을 일부 적용했다. 교재는 워크북 형태로 구성돼 있고 아이들이 한 작업을 선생님이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수업은 선생님이 개념과 원리를 아이들과 문답 형식으로 먼저 설명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문제 풀이를 대형 화면에 불러내 잘못된 점을 다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교사는 “자신들이 푼 결과를 직접 수업자료로 활용해 아이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문제 해결 과정이 화면을 통해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학생들이 크게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5학년 1반의 수업시간은 이웃 반들에 비해 훨씬 조용했다. 이 교사는 “어려서부터 책과 공책보다는 PC에 익숙한 학생들이어서 새로운 방식에 쉽게 적응하는 편”이라며 “평소 발표를 잘 하지 않던 학생들도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에서는 훨씬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반의 최가은 양은 “짝꿍끼리 게임으로 배우는 것도 있고 테트리스로 도형에 대해 배운 적도 있다”며 “수학이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수학 시간 외에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 사회 시간에는 별도의 교육 보조 자료 없이도 지도 등을 쉽게 활용할 수 있고, 각종 관련 용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과제ㆍ평가 방식도 변화=5학년 1반 학생들은 과제도 PC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아파트 주위의 꽃과 식물’이라는 조별 탐구 과제를 내주면, 아이들은 주변의 꽃들을 찾아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학생들은 각자 찾은 꽃의 사진과 설명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각 조의 과제 콘텐트를 구성하고 파워포인트로 정리해 발표하는 형식이다. 이 교사는 “인터넷으로 학생들 사이에 빠른 정보 교환이 가능해져 조별로 함께 하는 과제를 수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시험도 인터넷으로 본다. 과거에는 몇 개 단원이 끝나면 일제히 시험을 치르는 ‘단원 평가’ 형식이 주로 사용됐지만, 5학년 1반은 학교 홈페이지에 동시에 접속해 수시로 선생님이 내는 3~5개 문제를 푸는 ‘형성평가’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디지털 교과서와는 별도로 개발한 시스템에 의해 아이들이 문제를 풂과 동시에 결과는 자동 채점돼 문제별 정ㆍ오답 비율, 개별 학생의 이해도 등을 교사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과서 외에 학습 과정에 필요한 각종 보조 자료와 평가 과정까지 디지털화돼야 실질적인 의미에서 ‘U-러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임장혁 기자<jh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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