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여, 시간이 하품하는 시간엔 함께 잠들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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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16면

사진 구본창 

식욕은 하루에 세 번쯤, 성욕은 삼십 번쯤 솟구친다.
욕망은 큰 대(大)자로 대낮의 개[犬]처럼 잠잘 수 없다.
나른한 오후, 시간조차 하품하는 시간
욕망이여, 일시 정지 또는 멈춤 신호를 받아라.
빈 곳은 빈 것으로 꽉 차 있다.

그런데 욕망은 아무 일도, 아무 뜻도 없는 공터를 어슬렁거린다.
욕망은 애먼 데서 빈 것을 구하러 쏘다닌다.
욕망은 빈 곳에서도 어떤 기미와 징후와 낌새와 조짐과 예감에 몸을 떤다.

수도꼭지는 헛돌고, 배수구 파이프는 헛샐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불편한 중독
욕망이여, 넌 하품도 안 하니.
차라리 붐벼라, 붐벼라 공터!
적막은 적막끼리 모여 마구 붐빌 터.
사진 구본창, 글 김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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