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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彈 로봇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호 27면

할리우드의 유명배우인 멕라이언과 데니스 퀘이드가 주연한 영화 ‘이너스페이스(inner space)’를 대학 시절 본 적이 있다. 적혈구만 한 함정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와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없이 작아진 사람들이 장난감 같은 배를 타고 인체를 탐험한다는 설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2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을 눈에 보이지 않게 축소한다는 내용은 여전히 공상의 영역이다. 하지만 초미니 기계가 몸속을 돌아다닌다는 내용은 점차 현실로 다가온다. 나노 기술이 발전할 미래에는 혈관 속을 순환하며 유해물질을 직접 타격하는 나노로봇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면역기계’인 셈이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같이 현재의 의학으로 없애기 벅찬 상대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면 질병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다.

나노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초소형 로봇이 혈관 속을 이동하는 것을 그린 상상도. 중앙포토 

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려면 그 크기가 적혈구보다 작은 수 마이크로(1백만 분의 1)m 수준이어야 한다. 매우 정밀한 첨단기술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즉, 분자 수준의 물질을 다룰 수 있는 기계ㆍ생체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포 내 에너지원(ATP)을 써 움직이는 단백질구동기ㆍ분자모터ㆍ나노탄ㆍ나노센서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두 복잡한 원리가 적용되는 과제다. 이 중 획기적이고 대표적인 연구인 나노탄만 간단히 설명한다.

나노탄은 파괴하고 싶은 암세포에 접근해 폭발하는 일종의 치료탄환이다. 실리콘 같은 핵을 다양한 두께의 금속껍질이 감싼 구조다. 씨가 든 과일을 떠올리면 쉽다. 핵과 껍질의 두께 조정을 통해 빛을 흡수하거나 또는 분산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껍질이 금(金)인 나노탄의 경우 머리카락 두께의 1500분의 1 수준이다.

이 초미니 기계는 특정 암세포(항원)에 달라붙을 수 있다. 빛을 흡수하는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적외선 파장대의 빛을 받게 되면 섭씨37도 정도의 열을 내 암세포에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다. 반대로 빛을 분산하는 구조를 하고 있으면 조영제(造影劑) 역할을 한다. 조영제란 X선 촬영 등을 할 때 음영을 또렷하게 해주는 약제다. 나노탄 조영제는 일반 조영제보다 효과가 100만 배 이상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은 외부에서 피부를 통해 직접 침투하거나 미세 광섬유 케이블을 몸속에 직접 집어넣는 방식으로 나노탄에 공급된다.

이런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인간에게 직접 실험한 사례도 없다. 하지만 실험실 수준에서는 외과수술이 필요 없이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나노로봇 기술이 영영 공상의 땅에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연구가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고, 과학자들은 그 진전을 지켜보고 있다. 과연 꿈은 이루어질까.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나노미터) 크기 수준에서 소재나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극미세 가공 과학 기술을 말한다. 1나노미터(nm)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8만~10만분의 1정도. 나노라는 용어는 난쟁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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