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자들 시각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재채기’에 불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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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21면

미국의 주택ㆍ금융 시장이 출렁거려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가 더 많아 보인다. 낙관론자들은 저소득ㆍ비우량 고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시적인 재채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낙관론자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다. 그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이번 사태는 ‘건강한 진통’”이라며 “거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는 이코노미스트만 200여 명을 거느리고 있다. 또 미국과 전 세계의 최신 데이터를 가장 빨리 보고받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인 수전 맥밀런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버냉키가 음울한 내용의 경제데이터를 보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긍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그의 정보력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 재무장관인 헨리 폴슨도 낙관론자다. 지난 13일 서브프라임 사태로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98%나 급락하는 사태를 보이자 “주택시장이 커다란 조정을 받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폴슨의 발언을 듣고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1929년 대공황 순간 재무장관인 앤드루 W 맬런도 “미 경제 펀더멘털은 굳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버드대학의 주택연구통합센터(JCHS)도 2003년 이후 낙관적인 전망을 계속하고 있다.

이 센터는 ▶1991~2001년에 가계소득이 꾸준히 늘었고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 뒤 급락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연착륙을 전망한다. 이 센터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낙관론자들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98년 러시아 채무불이행 사태를 겪으면서 잘 정비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채무불이행 리스크 헤징 수단인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등이 발달해 부실자산을 ‘현명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안전장치가 많아 서브프라임 사태가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낙관론자들은 FRB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고 있다. 1913년에 설립된 FRB가 대공황 때 무대응해 증시 불안이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진 실수가 있었지만 그 이후 약 80년 동안 대과 없이 위기를 잘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더 확산되면 FRB가 ‘마지막 대부자’로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설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지난 15일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돌연 비관론을 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열린 선물업협회 모임에서 “집값이 더 떨어진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소(낙관론자) 또는 곰(비관론자)만 있으면 시장이 붕괴한다는 게 경제상식이다. 지금은 황소와 곰이 치열하게 우열을 다투고 있는 형국이란 게 많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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