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의 ‘고양이 귀’ 요리 뭘로 만들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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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06면

여행은 아는 만큼 본다고 했다. 요리 역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비행기와 책상,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 요리는 특히 그렇다. 중국 요리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아는 만큼 즐기는 중국 음식 #음식 이름에 재료…제조법 들어 있어…이름 모호하면 '정체'묻는 게 좋아

우선 중국 요리는 참 친절하다. 요리 이름만 봐도 어떤 재료를 어떻게 썰어서, 또 어떻게 만들었는지 드러난다. ‘투더우 차오러우 (土荳片炒肉片)’을 보자. 감자(土荳)를 얇게 썰고(片), 돼지고기(肉) 또한 얇게 썰어(片) 볶았다(炒)는 뜻이다. 다음은 ‘궁바오지딩(宮保鷄丁)’. 궁바오(宮保)는 관직 이름이다. 지(鷄)는 닭, 딩(丁)은 주사위처럼 정육면체로 썬다는 뜻이다. 궁바오라는 직책을 담당하던 사람이 즐겨 먹던 닭고기 요리다. 요리 이름에 관직이 들어 있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깐소새우의 정확한 이름은 ‘간사오샤런(干燒蝦仁)’이다. 양념을 넣고 국물이 없게(干) 졸인(燒) 새우(蝦仁)라는 뜻이다.

중국 요리는 낙천적이다. ‘취안자푸(全家福)’는 전복과 해삼 등이 들어간 비싼 요리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잣집에서 버린 음식을 주워 먹으면서, 그래도 우리집 식구들 모두 복받을 것이라고 희망을 갖던 요리다. 우리도 즐겨 먹는 닭발은 중국에서 ‘펑좌(鳳爪)’, 즉 봉황발로 대접받는다. 곰발, 낙타발, 거위발, 오리발 등은 음식점에서 모두 제 이름표를 달고 나온다. 그러나 닭발만큼은 봉황발이라고 부른다. “내 비록 돈이 없어 곰발은 못 먹어도 봉황발은 먹는다”는 밉지 않은 허세가 묻어난다.

산시(山西)성에는 ‘마오얼둬(猫耳朶)’라는 고양이 귀 요리가 있다. 고양이 한 마리에 귀는 두 개밖에 없는데 도대체 몇 마리의 고양이가 귀를 뜯기는 아픔을 겪었을까? 그러나 실제 그 요리는 진짜 고양이 귀로 만든 게 아니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고양이 귀처럼 만들었을 뿐이다. 중국에서 요리를 시킬 때 이름이 모호한 것은 종업원에게 그 요리의 정체를 묻는 게 좋다. ‘훠옌산샤쉐(火焰山下雪: 화염산에 눈 내리다)’라는 요리를 주문했더니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나왔다.

중국 요리는 또 감각적이다. 눈으로 보는 색깔, 코로 맡는 냄새까지 모두 묘사한다. 생선의 하얀 속살은 백옥(白玉) 같다고 하고, 두부는 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풋배추나 시금치가 주는 색은 비취(翡翠)로 비유한다. 검은색은 보통 후추 등 짙은 색 조미료를 표시한다. 한편 중국인들이 즐기는 ‘샹차이(香菜)’는 우리나라에서 ‘고수’라고 부르는 채소다. 이름을 보면 채소에서 은은한 향이 날 듯하지만 ‘특이한 향’이 나기 때문에 친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남방 지역에서 즐겨 먹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두부 ‘처우더우푸(臭豆腐)’. 그 냄새를 맡자면 앞에다 ‘악’자 하나를 더 붙여서 악취두부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그래도 중국인들은 “냄새는 고약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향이 난다”며 좋아한다.

중국 요리에는 이야기가 있다. ‘훙사오러우(紅燒肉)’는 삼겹살에 간장을 넣어 붉은빛이 나게 조린 요리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 주방장에게 “나 머리 좀 채우게 훙사오러우 한 그릇 해달라”고 했다 한다. 중국의 현대 작가 위화(余華)가 쓴 ‘허삼관 매혈기’의 주인공 허삼관은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세 아들은 매일 옥수수 죽으로 끼니를 때운다. 어느 날 아이들이 밥을 먹고 싶다고 하자 아빠는 밥은 있다고 치고 말로만 훙사오러우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비계와 살이 반반씩 붙은 삼겹살을 손가락 굵기로 썰어서 끓는 물 속에 넣고 간장 오향 황주를 넣고 푹 곤단다. 두 시간 정도 고아 물이 졸았으니 뚜껑을 열어보자. 정말 맛있겠지.” 아이들은 요리 이야기만 듣고도 침을 꿀꺽 삼킨다. 훙사오러우는 먹으면 힘이 날 것 같은, 그러나 쉽게 먹을 수는 없는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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