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그들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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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02면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룽지(朱鎔基) 총리를 만났다. 주 총리는 “오랜 수감생활을 어떻게 이겨냈는가”라고 물었다. “심심해 파리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파리를 꽉 잡으면 죽어버리니 재미가 없다. 그래서 죽지 않을 정도로 잡았다가 풀어주고 다시 잡는다”고 김 대통령은 말했다. 주 총리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김 대통령은 “한국에 오면 보여주겠다”고 했다. 주는 파안대소했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을 한국으로 부르는 김 대통령의 수가 절묘했기 때문이다. 주룽지는 2000년 한국을 방문, 삼성화재에 중국 내 영업허가권을 선사했다.

7년 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한국을 찾았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분당으로 직행했다. SK텔레콤 테스트 센터에서 중국 3세대 이동통신기술을 시험하며 정보통신부 장관 격인 왕쉬둥(王旭東) 부장에게 “SK와 친구가 되라”고 말했다. SK의 중국사업에 청신호가 켜지는 순간이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에 집중돼 있다. 92년 수교 당시 63억 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이 지난해 1180억 달러로 치솟았다. 양국을 오간 이도 지난해 732만 명이나 됐다. 원 총리는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3만 개라고 했지만, 주중 한국대사관은 4만 개로 추정한다. 2012년 양국은 교역액 2000억 달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의 대(對)중국 경제교류에서 조금씩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중 무역흑자는 210억 달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는 1년 전보다 9.9% 줄어든 수치다. 대중 무역흑자가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서 야반도주하는 한국 기업 수도 늘고 있다. 중국의 투자환경이 바뀐 게 주요 이유다. 임금이 오르고, 법제가 강화되면서 적당히 사업하는 방식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6일엔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지난해보다 186개 늘어난 990개로 확정ㆍ발표했다. 이에 따라 싼 중국 노동력을 이용해 일회용 젓가락을 가공한 뒤 이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지난달 내ㆍ외자 법인세율이 단일화되는 등 외자가 누리던 특혜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13억 인구, 연 10% 이상 성장하는 중국은 아직도 꿈의 시장이다. 결국 달라진 중국 환경에 적응하는 게 급선무다. 그 첫 발짝은 중국 알기다. 올해 수교 15주년이 됐지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조사 결과 중국의 국가주석이 누구인지를 아는 한국인은 10%를 밑돌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영원한 이웃 중국을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연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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