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YS 민자호」/민자 당3역 개편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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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범여결집의지 민주계 배제/청와대엔 인편·전화로 간접 보고/이종찬의원 징계­개원협상이 큰 짐
민자당은 23일 핵심 당 4역을 전원 교체하는 대폭적인 당직개편을 단행함으로써 김영삼 대통령후보 중심체제로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이번 인사는 결정­발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에 의한 협의절차가 생략된채 외형상 김 후보가 독자적으로 구상해 노 대통령에게는 전화·인편을 통한 간접보고와 재가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김 후보가 명실상부하게 당운영권을 인수한 느낌을 주었으며 노 대통령도 흔쾌히 그같은 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당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 후보의 가신격인 민주계가 완전 배제됐다는 점이다.
유일한 민주계 몫이었던 정무장관에 자신의 오른팔격인 최형우의원을 빼고 공화계 김용채의원을 기용,핵심 당직자를 전원 민정·공화계로 채움으로써 계파정치·측근정치 탈피의지를 보여주려 했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내 화합 및 범여결속이 시급한 시점에서 이같은 인선은 자연스런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사무총장에 김영구의원을 기용한 것은 그가 비록 지난 경선과정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했지만 반YS대열의 이한동의원계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종찬의원 진영을 겨냥한 포용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신임총장의 제1차 당무가 이종찬의원 징계 문제 처리라는 점에서 그가 같은 경기고출신이라는 점에서 일부에선 이이제이의 묘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신임총장이 비록 4선이며 재무위원장을 지냈으나 처음 두차례는 전국구의원이었으며 당무처리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탓인지 12월 대통령선거를 짊어지기에는 약체라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팀이 8월 김 후보가 총재를 이양받기까지의 한시적 체제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김 총장이 의외로 장악력이 있고 특히 이종찬의원 제명후 동요할 사무처만 수습하면 의외로 롱런할 수도 있다.
이번 팀은 당장 이 의원 징계문제를 매듭짓고 곧 있을 여야개원 협상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장선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후보는 이들을 앞세워 경선과정에서 흐트러진 당 전열을 가다듬고 대야협상 등 국회운영을 직접 진두지휘함으로써 실질적인 여당 책임자로서의 위상을 심어나가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당직개편은 김 대표가 오후 1시30분쯤 비서실로 연락,『오후 3시30분쯤 모종의 발표가 있으니 기자들을 대기시켜달라』고 해 오후 4시쯤 발표했다.
발표가 지연된 것은 김용태신임총무는 대구에,김용채정무1장관 내정자는 김종필최고위원과 골프를 치고 있어 위치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측은 설명.
당직개편은 당초 당 3역중 총무만 경질할 계획이었으나 이춘구사무총장이 극구 사양해 구도가 헝클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낮 63빌딩에서 열린 당 실·국장과의 오찬석상에서 이 총장의 유임을 계속 권유했으나 이 총장은 『전당대회도 치렀으니 더이상 당직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끝내 고사했다.
김 대표는 이후 시내 모처에서 전화로 당사자들과 접촉,승낙을 받았으며 청와대와도 22일과 23일 계속 협의했다.
또 김 대표측은 김종필·박태준최고위원에게는 발표전 통보했으며 당직개편을 김 대표의 주도하에 치러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구의원이 전격 사무총장에 발탁된 것은 이종찬의원측에 가담했다가 이 의원의 경선거부에 반발,결별한 이한동의원이 총무로 적극 추천했으나 이춘구총장의 사임고수로 사무총장쪽으로 낙점됐다. 김 대표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번 당직개편은 계파초월이란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 약체라는 소리가 나와 앞으로 당과 정국운영에 어느만큼 역량을 발휘할지가 관심이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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