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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누굴 탓하고 원망해서야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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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9일 충남 예산 충의사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 상하이 의거 75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넥타이를 바꿔 매고 있다. 예산=조용철 기자

"윤봉길 의사는 자신을 바쳐 대의를 구했다. 어려운 일에 스스로 나서서 행하되 결코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9일 충남 예산 충의사에서 열린 '윤 의사 의거 75주년 기념식'에서 한 기념사의 일부다. 그는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언뜻 보면 이는 원론적인 언급 같다. 하지만 의도가 있는 정치적 발언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전 서구을 보궐선거와 관련해 "'군대라도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겠다'는 분(이 전 시장 지칭)과 유세를 같이했으면 표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라는 것이다. 4.25 재.보선 참패 후 활동을 중단했던 이 전 시장이 대외활동을 재개한 첫날 이런 말을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당초 이 대목은 참모들이 만들어 올린 기념사 초고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이 전 시장이 내용을 수정하면서 직접 다듬었다고 한다.

이 전 시장 진영은 박 전 대표의 '군대 동원' 발언을 "대전 패배의 책임을 이 전 시장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언급 이후 대응 자제령을 내렸던 이 전 시장이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박 전 대표에게 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당이 복잡할수록 더 서로 아끼고 위하는 마음으로 나가야 한다."

-이 전 시장 측이 강재섭 대표를 흔들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강 대표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강 대표 사퇴를 언급하고 있다.

"당을 잘 수습해야 한다. 이 최고위원의 뜻은 나도 잘 모른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의 행정도시 발언엔 대응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 했다. 캠프 측은 "이 전 시장이 2005년 언론인들과 만나 '내가 무슨 힘이 있느냐. 나보고 군대라도 동원해 막으라는 말이냐'고 얘기한 것을 일부 언론이 '군대를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겠다'는 표현으로 잘못 보도했고, 이를 박 전 대표가 그대로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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