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배까지 가세한 공직비리/드러난 자동차 등록창구 부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과태료접수 건수조작 “동업”/폭력배 2·공무원 2·브로커 1 비율로 분배/소장엔 연 1,000만원 상납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서울 자동차등록사업소 비리는 공직사회 부패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축도라 할만하다. 특히 시민생활과 직결된 공공행정업무를 사실상 조직폭력배가 장악해온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돼 사건의 규모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문제노출로 받아들여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사건을 계기로 일부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조화된 비리·부패는 비단 자동차등록에 한하지 않는 만큼 일대 기강쇄신과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유착=검찰에 따르면 강서지소는 86년 3월 개소와 동시에 강남사무소에서 건너온 한도치 등 칼잡이에 장악돼 왔다. 이후 89년 7월 한이 지하철공채 매입필증위조사건으로 도피하면서 같은해 9월부터 한과 가까운 사이였던 조직폭력배 한웅파 두목 이한웅(수배중)의 수중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한의 도피로 공백이 생긴 3개월간 강서지소는 일시적으로 정상운영됐고 당시 소장은 『이제부터는 과태료를 제대로 받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곳을 새로 인계받은 이 등 폭력배들은 소장실로 찾아가 난동을 부렸고 결국 예전방식으로 돌려놓았다.
「하자앞전」이란 은어로 불리는 폭력배들이 제출서류중 자동차정비 및 검사기록대장에 창구직원이 알아볼 수 있게 사인을 했고 직원들은 임시운행허가증을 챙겨 조작건수를 서로 대조한뒤 다음날 아침 「실적」에 따라 하자앞전들에 의해 「분배」가 실시됐다.
◇분배=하자앞전의 주도로 이뤄지는 분배는 과태료 10만원(30일 초과)건은 등록대행브로커 2만원,창구직원 4만원,「하자앞전」 4만원의 비율로 이뤄졌다. 5만원짜리(10∼30일 초과)는 등록대행브로커 1만원,창구직원과 하자앞전이 2만원씩을 나눠가졌고 3만원짜리(10일이내 초과)는 창구직원 2만원,하자앞전 1만원의 비율로 분배했고 브로커 몫은 없었다.
현대·대우·기아 등 자동차 3사별로 1명씩인 창구직원들은 뇌물의 일부씩을 갹출,등록 계장과 소장에게 한달에 85만원씩 연간 1천만원씩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들과 「하자앞전」들은 자주 회식을 하면서 분배비율 등을 조정했고 이때 식사비용은 공무원이 부담했다.
대부분 일선구청 총무과출신인 창구직원들은 자신들의 보직이 청탁을 통해 얻은 「특혜」인만큼 휴일도 반납하고 1인당 하루 40만∼80만원씩의 고소득을 올렸으며 상납액수에 따라 근무기간(3∼6개월)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개선책=서울시는 올해말까지 신규등록업무를 구청으로 이관하고 업무일부는 민간업체에 위탁할 계획이다.
출고때 부착된 임시번호판을 15일 이내에 정식번호판으로 고쳐야하는 현행제도를 미국처럼 아예 출고때 정식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비리근절을 위해 회사별 담당자 1명이 등록의 모든 과정을 다루는 대신 단계별로 담당자를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이하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