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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기자가 기사를 쉽게 쓴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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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상을 깊게 보는 눈
한국탐사언론인회 지음, 황금부엉이, 400쪽, 1만2800원

세상을 깊이 볼 수 있는 눈이 따로 있을까. 정부가 새로 발표한 시책이나 수시로 오르내리는 주식 시장의 지표를 보며 단번에 그 의미와 배경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누구나 한번쯤 그런 '혜안(慧眼)'을 소망해봤을 법 하다.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쳐 새로운 시각의 기사를 생산해 내는 탐사보도는 언론의 '혜안'에 해당할 것이다. 1974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 기사, 76년 일본의 록히드 사건 폭로 기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깊이있는 분석기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두 현장을 직접 뛰며 얻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낸 결과이지 거저 얻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따라서 탐사보도를 위해선 논리적인 사고 능력, 자료 분석 능력 뿐 아니라 현장에서 며칠 밤낮을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다. 탐사보도를 '발품'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책은 탐사보도로 유명한 국내 언론인 10명이 각각 자신의 취재담을 쓴 것이다. 한국탐사언론인회 회원인 이규연(중앙일보).김형구(세계일보).성재호(KBS).이정애(SBS).조현철(경향신문).이병철(부산일보)기자와 최승호(MBC) PD 등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대형 기사를 쓰기까지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국내 언론에서 탐사보도란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의 '난곡리포트'(2001년, 사진), '가난에 갇힌 아이들'(2004년) 취재기에선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심층분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서울 신림동 난곡지역의 저소득층 200명을 상대로 일일이 면접 조사를 하고 오랜 기간 기자가 현지에 상주, 여러 잡일을 도와주며 주민들과 '라뽀'(Rapport.심리적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은 여느 인류학자의 노력 못지 않았다. 또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폭로한 MBC PD수첩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을 제작한 최 PD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까지의 과정, 제작 과정에서의 고충 등을 상세히 털어놨다. 특히 언론인이 과학.의학 등 비전공분야를 다룰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에 대한 노하우도 소개한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자, 예비 언론인에게 유용한 교재가 될 것이다. 이 뿐 아니라 '기자들이 너무 쉽게 기사를 쓴다'며 인터넷에 '악플'을 달아 본 적 있는 일반 독자라면 역시 한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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