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방(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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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민족이 멀리 다른나라 땅에 이주해 한인사회를 형성한 역사는 1천2백여년에 이른다. 8세기 중엽 중국 당나라시절 동해안 지역의 도시에 형성된 신라방이 그것이다. 나당간에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많은 신라인들이 당나라에 건너가 살게 되었고,그 규모가 점점 커지게되자 자치구역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신라방의 자치제도는 엄격해 그 장으로 총관이 있었고 그 아래 전지관 등이 있어 업무를 분담해 신라방을 통할했다. 신라인들은 주로 상업·무역업·조선업 등에 종사했는데 그 활동범위가 아주 넓어 아라비아·페르시아 등과 교역했으며 신라·일본에도 왕래해 국제무역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때 보여준 한민족의 성실성과 집념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해방이후 일부 역사학자와 외교학자들은 한국이 국세를 떨치고 한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에 진출해 한인사회를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펴기도 했다.
실제로 일찍이 일본·미국·유럽 등지에 진출한 한국인들 가운데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그곳 사회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날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라방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50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외국땅에 형성된 코리아타운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거둔 괄목할만한 성공이 미국인의 시샘을 받게 되고,급기야는 최근 흑인폭동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한국인들의 재능과 성실성은 국제사회에서 어느정도 인정받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말만 쓰면서도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는 교포가 80%에 육박하고 있다니 한국·한국인의 위세를 짐작할만 하다. LA의 코리아타운 규모에 버금가는 새로운 코리아타운이 러시아연방의 모스크바시에도 조성되리라는 소식이다. 그곳 교포인 고려인 사업가들이 시한복판 중앙구 약 4만평방m에 코리아타운을 건설키로 하고 이달초 시와 49년간의 부지임대계약도 체결,조만간 본격적인 조성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왕이면 이름은 고려방쯤으로 하면 어떨가.<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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