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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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석가모니가 태어나기전 그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위엄과 덕을 고루 갖춘듯한 한 보살님이 여섯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자신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통해 태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고 전한다.
예언자들은 그 꿈을 해석,『태자가 반드시 고귀한 깨달음을 얻어 맑고 깨끗한 법륜을 베푸시고 살아있는 모든 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실 것』이라고 예언했다.
과연 석가는 19세때 출가,35세때 성도해 중생들에게 수없이 많은 소중한 가르침을 베풀었다. 이 세상은 모두가 덧없는 것(무상)이며,고통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괴롭히고 즐거움으로 말미암아 마음과 몸을 타락시키고 있으므로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도를 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가르침의 핵심이다.
그가 가르치는 여덟가지 중도는 사물을 바르고 보고(정견),바르게 생각하고(정사),바르게 말하고(정어),바르게 행동하고(정업),바른생활을 하고(정명),바른노력을 하고(정근),바른 일만 기억하고(정념),바르게 명상하라(정정)는 것이다.
석가는 또 탐하는 마음,성내는 마음,어리석어 불평하는 마음 등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세가지 요소를 삼독이라 칭하고 그 근본 원인은 모두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마음속에서 「나」를 없애면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모든 인간들이 이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인간사회에서 고통은 사라지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런저런 갈등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교 신자가 이 지구상에 최대 종교인구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과 갈등은 곳곳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까닭은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이 진리인줄은 알면서도 「나」를 버리는 일에서는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일은 불기 2536년,「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도 예외없이 연등행사·관등놀이·방생 등 갖가지 봉축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가장 많은 신자를 가진 불교계의 최대명절이며 오래전부터 민속명절로 전승돼온만큼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좋지만 그 가르침의 깊은 뜻을 한번쯤 되새겨 봐야 하리라.<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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