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독주속 모양만 3파전/민주 대통령 후보 경선구도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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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대표 당내민주화 과시위해 고심/등떼밀린 이 대표 2인자굳히기 더 관심
김대중공동대표의 대통령후보 선출이 부동의 수순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한영수의원 당선자(4선)에 이어 이기택공동대표가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8일 출마선언회견에서 『승산이 있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민주당내에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견상의 3파전을 어떻게 모양새를 갖춰 넘기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민자당 경선을 『노태우대통령이 내부 지명한 사이비경선』이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의원판세가 김 대표계 6.5,이 대표계가 3.5로 이미 판가름나 있는데다가 주인없는 대계보 민정계를 나눠갖는 민자당과는 달리 6.5의 지분을 가진 대계보의 총수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들러리경선」이 될게 뻔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경선을 망설이는 이 대표에게 출마를 오히려 권유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표는 영남권위원장들의 「협박성」 등쌀에 떼밀려 경선을 결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애당초 「김대중­이기택 대결 카드」는 총선후 언론의 시선을 독점하고 있는 민자당의 「김영삼­이종찬카드」만큼 손님을 끌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때문에 김·이 대표는 「재미없는 경선」에 극적 요소를 가미해 손님을 끄는데 고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경선을 통해 당내 민주화 과시와 함께 지역당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세대교체 요구를 경륜으로 포용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러자면 이 대표가 「일정수준 선전」을 해줘야 한다. 당초 나가기 싫어한 이 대표를 거꾸로 「독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가 최근 당헌을 고쳐 자신과 동례로 이 대표의 위상을 격상시켜주고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다음은 확실히 이 대표가 아니냐』고 후계구도를 은근히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가 출마결심을 굳힌 것은 대통령선거후의 정국구도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두 김씨 시대가 5년은 더 갈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선과정에서 김 대표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 당내 2인자 자리를 굳히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점에 관해 김 대표와 「깊숙한 대화」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선이 꼭 김·이 대표의 속셈대로 굴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노무현의원등 민주계 영남지역위원장들은 대통령선거후 승패에 상관없이 김 대표의 당권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위원장들은 『그런 보장이 없는한 대통령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신민계 위원장들은 이를 패배주의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감정대립이 격화될 소지가 있다.
이 대표가 영남권 위원장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김 대표의 눈치를 보며 전의가 시원치 않으면 재기불능의 참패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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