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표 당내민주화 과시위해 고심/등떼밀린 이 대표 2인자굳히기 더 관심
김대중공동대표의 대통령후보 선출이 부동의 수순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한영수의원 당선자(4선)에 이어 이기택공동대표가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8일 출마선언회견에서 『승산이 있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민주당내에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견상의 3파전을 어떻게 모양새를 갖춰 넘기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민자당 경선을 『노태우대통령이 내부 지명한 사이비경선』이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의원판세가 김 대표계 6.5,이 대표계가 3.5로 이미 판가름나 있는데다가 주인없는 대계보 민정계를 나눠갖는 민자당과는 달리 6.5의 지분을 가진 대계보의 총수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들러리경선」이 될게 뻔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경선을 망설이는 이 대표에게 출마를 오히려 권유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표는 영남권위원장들의 「협박성」 등쌀에 떼밀려 경선을 결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애당초 「김대중이기택 대결 카드」는 총선후 언론의 시선을 독점하고 있는 민자당의 「김영삼이종찬카드」만큼 손님을 끌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때문에 김·이 대표는 「재미없는 경선」에 극적 요소를 가미해 손님을 끄는데 고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경선을 통해 당내 민주화 과시와 함께 지역당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세대교체 요구를 경륜으로 포용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러자면 이 대표가 「일정수준 선전」을 해줘야 한다. 당초 나가기 싫어한 이 대표를 거꾸로 「독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가 최근 당헌을 고쳐 자신과 동례로 이 대표의 위상을 격상시켜주고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다음은 확실히 이 대표가 아니냐』고 후계구도를 은근히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가 출마결심을 굳힌 것은 대통령선거후의 정국구도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두 김씨 시대가 5년은 더 갈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선과정에서 김 대표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 당내 2인자 자리를 굳히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점에 관해 김 대표와 「깊숙한 대화」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선이 꼭 김·이 대표의 속셈대로 굴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노무현의원등 민주계 영남지역위원장들은 대통령선거후 승패에 상관없이 김 대표의 당권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위원장들은 『그런 보장이 없는한 대통령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신민계 위원장들은 이를 패배주의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감정대립이 격화될 소지가 있다.
이 대표가 영남권 위원장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김 대표의 눈치를 보며 전의가 시원치 않으면 재기불능의 참패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박보균기자>박보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