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측 못한단다' 한인 아빠 준비된 유언···미 전역 '감동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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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무엇으로 남는가'.

한 30대 한인 아버지가 죽기 전 사랑하는 자녀에게 남긴 '셀프 카메라'가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갈등과 무관심속에 의미가 퇴색해가는 가족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시애틀 타임스는 지난 2005년 7월 뇌졸중으로 숨진 조너선 심(33)씨가 생전 '아빠의 편지(Daddy's Letter)'라는 제목으로 자녀들에게 남긴 10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감동의 동영상은 미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미국인을 심금을 울리고 있다.

7살때 미국에 온 1.5세인 심씨는 숨지기 전 10년간 기독교 빈민 아동 구호기구인 월드비전에서 일하며 잠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북한 중국 태국 등지에서 아동 구호 활동에 전념했다.

그러던 심씨는 지난 2002년 4월 시애틀의 집에서 당시 생후 7개월이던 아들 네이선(5)과 아내 뱃속에 있던 딸 나탈리(4)에게 남긴 '유언 비디오'를 찍었다.

당시만해도 매우 건강했던 심씨가 이런 비디오를 만든 것은 잦은 해외 출장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다 수개월전 9.11 테러가 발생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비디오에서 '아버지' 심씨는 "삶이란 예측할 수가 없단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그래서 너희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란다"며 "사람들이 꿈꾸는 것 이상을 꿈꿔라. 어떤 일도 이뤄낼 수 있을거야. 추종자가 아닌 리더가 되라"고 자녀에게 '사랑과 격려의 말'을 남겼다.

심씨는 이어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듯 촬영 도중 격한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다가 아들을 위해 구입한 장난감 비행기를 집어들며 "이 비행기는 너희들에 대한 나의 기대와 희망을 담은 거야. 이 비행기로 너희들이 별을 쏘기 바란다. 너무나도 소중한 선물인 너희들을 정말 정말 사랑한단다"고 울먹였다. 그리고 그는 3년여후 거짓말처럼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는 죽음의 순간에도 타인들을 위해 자신의 심장 신장 간을 기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심씨의 아내 양씨는 "가족이 비디오를 볼 때면 아들 네이선이 숨을 죽이고 우는 것을 느끼지만 녀석은 엄마가 (자기가 우는 모습을) 볼까봐 급히 눈물을 훔치곤 한다"면서 "비디오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아빠가 있고 그의 말은 아이들에게 천금같은 삶의 신조"라고 말했다.

서우석 기자 sws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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