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러시아로 돌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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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74년 구 소련 당국에 의해 추방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벨상 수상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73)이 빠르면 금년내에 러시아에 영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이즈베스티야 신문 등 러시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솔제니친은 최근 주미 러시아 대사관에 자신의 귀국 희망을 밝히고 현재 구체적인 수속을 밟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최근까지도 귀국 의사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보였던 솔제니친이 급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작가와 조국」이라는 함수 관계를 강조해 이를 설명하고있다.
지난 74년 조국인 러시아를 떠난 이후에도 슬라브주의적인 가치관에 입각한 문명 비판과 작품 활동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솔제니친은 특히 지난 90년 「러시아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란 장문의 논문을 통해 러시아가 슬라브족만의 국가로 재 탄생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충격을 준바 있다.
당시의 상황에서 슬라브족만의 국가 건설이란 주장이 민족주의 감정에 기초한 배타적이고 편협적인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지난해 12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 3국이 슬라브 공동체를 결성하기로 합의, 그의 문학적 통찰력과 감수성이 한동안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한 미국으로의 이주 직후부터 계속돼온 그의 서방 세계에 대한 비판이 러시아 정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슬라브주의자의 세계관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이번에 그가 러시아 영주 귀국 신청 의사를 밝힌 것도 슬라브주의자의 자기 귀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솔제니친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몇몇 러시아 문인들은 『솔제니친은 한번도 조국을 잊은 바가 없으며 그가 러시아를 떠난 후 변변한 작품을 쓰지 못한 이유도 자신의 문학적 토대인 조국 러시아에 대한 애정의 자양분이 차단됐기 때문이었다』며 솔제니친의 귀국 희망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솔제니친은 구 소연방의 해체와 공산당의 불법화 이후 러시아와 러시아 문화의 부흥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해 트루드지 등에 자신의 의견을 담은 장문의 논설을 수차례 기고하기도 했었다.
솔제니친의 귀국 희망이 어느 정도 빨리 현실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러시아 언론들은 그가 최근 두번씩이나 주미 러시아 대사관에 자신의 의사를 직접 피력했고 발렌틴 루킨 대사도 이에 적극적이어서 빠르면 올 하반기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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