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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여가 선용|김유신 <부산대 교수·과학철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며 위대한 철학적 유산을 남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철학 전반에 관심이 있었지만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윤리학·신학·정치학을 위주로 했다. 유명한 『공화국』은 이러한 그의 철학 사상이 담긴 책이다.
또한 형이상학자로서 플라톤은 세계를 이데아 (Idea)의 세계와 현상계란 이원의 조직으로 파악했다. 이데아의 세계를 본질의 세계로 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상계는 「되어 가는 세계」 (world of becoming)로서 실제 세계인 이데아 세계의 모상 (Image)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에 의하면 철학가의 1차적 관심사는 이 이데아의 세계 (또는 형식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스승과는 달리 자연에 대한 지식을 무시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탐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왜 플라톤은 현상계의 탐구인 과학에 관심을 두었으며 그의 과학 탐구의 동기는 무엇인가.
플라톤은 그의 저서 『티마에우스』 (Timaeus)에서 과학·탐구의 동기를 두가지 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현상계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즐거움을 얻으려는 지적인 여가 선용이고, 둘째는 이 우주에 적용하는 「신」 (Reason)의 활동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플라톤의 과학 탐구의 동기는 현대과학처럼 실용적인 목적이나 자연을 조작하고 지배하려는 태도와는 사뭇 다른 윤리적인 것이다. 플라톤은 이러한 윤리적인 동기에서 출발하여 과학을 탐구했기 때문에 그의 과학은 우주를 미적으로 만족스러운 상으로 그리려했다.
물론 플라톤의 과학 탐구 방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을 마치고 난후의 여가를, 또한 삶의 즐거움을 자연의 신비에 대한 사색에서 얻으려했던 플라톤의 고상한 태도와 신의 영원한 활동을 드러내려했던 고상한 과학 탐구의 동기는 물질적인 이익을 위해 과학을 탐구하고 여가만 있으면 고스톱·퇴폐 술집 등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려는 우리 시대에 크나큰 교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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