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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매수 시도만 해도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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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최근 황당한 피해신고를 접수했다. 10대 미성년자 두 명을 성매매하려던 20대 남성 2명이 "여학생이 돈만 받고 도망갔다"며 신고한 것이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직접 조사까지 받으며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뻔뻔한 '원조교제 미수범'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실제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현행 법 규정 때문이다.

법망을 피해 갔던 청소년 성매수 미수범을 처벌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국가청소년위원회 최영희 위원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성매수를 위해 청소년을 유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한국판 '그루밍(Grooming) 처벌법'이다.

◆ 성매매를 위해 만나기만 해도 처벌=현 청소년 성보호법엔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성매수를 위해 미성년자를 만나거나 함께 여관까지 갔다 해도 성관계만 맺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청소년위는 이러한 청소년 성매수 시도를 처벌하기 위해 '청소년에게 성교 행위의 대가를 약속하는 등 청소년을 유인한 자는 ○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와 같은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 위원장은 "이 법이 시행되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청소년 성 매수를 줄이는 데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위는 다음달 전문가 태스크 포스(TF)팀을 구성한 뒤 올해 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 함정수사 가능성=법이 만들어져도 문제는 있다. 성매수 시도를 어떻게 적발하느냐는 점이다. 요즘 성 매매는 인터넷으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채팅방의 대화 중 원조교제 내용이 있는지를 검색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가능하다. 성매매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청소년위는 인터넷에 '가상 청소년'을 내세워 단속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2003년 11월 제정된 그루밍 처벌법에 따라 인터넷 채팅방에 가상 청소년을 내세워 단속한다. 예쁜 여자아이 사진을 내걸고 경찰이 직접 청소년인 것처럼 인터넷으로 남성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성관계를 위해 만나자고 제의하고, 현장에 나타나면 바로 검거한다. 일종의 함정수사인 셈이다. 우리나라엔 "범의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2005년)가 있다.

한애란 기자

◆ 그루밍 처벌법=영국 성범죄법 제15조. '18세 이상 성인이 16세 미만 청소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취한 뒤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경우 또는 만날 의도가 있는 경우에 대해 징역 10년 미만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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