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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소프론의 퓨전 도시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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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치과 치료를 위해 매년 이 도시를 찾는 환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 외국인이다. 오스트리아.독일.스위스.프랑스.영국 등이 주요 고객이고 대서양을 건너온 미국 환자도 적지 않다. 이 도시가 매년 치과 진료로 받는 돈이 어림잡아 수억 유로(수천억원)로 추산된다. 이 도시에서 개업한 치과의사는 4000명을 넘는다. 인구 14명 중 한 명이 치과의사다. 치과기공사나 치과간호사 등 관련 인력을 합치면 치과 진료가 도시를 먹여살리는 셈이다. 놀라운 도시 경쟁력이다.

중유럽의 항공허브 도시인 이웃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데다 시술 비용이 서유럽 국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싼값이어서 소프론에는 각국에서 몰려든 의료 관광객으로 늘 북적거린다.

프랑스 리옹에 사는 레지스 브노는 여행사에서 마련한 '치아 치료 관광' 패키지를 이용해 지난달 이 도시를 부부동반으로 다녀왔다. 임플란트 4개를 해야 하지만 프랑스에선 6000유로(약 755만원)나 들기 때문에 선뜻 치과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올 초 한 친구로부터 헝가리에 가면 프랑스의 반값도 안 되는 돈으로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선뜻 찾았던 것이다. 브노는 "앓던 이 치료는 물론 중유럽 관광을 오랜만에 부부동반으로 즐긴 것까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소프론이 치과 도시로 자리 잡게 된 건 상대적으로 비싼 서유럽의 진료비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해 웬만한 치료는 물론 수술까지 국가가 부담하지만 치과 질환은 의료보험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 임플란트를 하려면 치아 1개에 1000~1500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 공짜 진료에 익숙한 유럽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소프론에서는 1개에 600~700유로 수준이다. 10개까지 가능한 패키지 치료를 하면 2600유로만 내면 된다. 치과의사는 물론 접객 요원도 대부분 유럽 각국에서 공부해 언어소통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소프론의 치과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10년 전께. 교통과 입지가 좋은 데다 값싸고 서비스도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금세 유럽 전역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웃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스위스 등 인근 국가에서도 손님이 늘었고, 헝가리 각지에서 치과의사가 몰려왔다. 미국사람에게는 꿈 같은 유럽 여행과 저렴한 치과 진료를 한꺼번에 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프랑스.독일 등에선 몇 년 전부터 '임플란트 관광'까지 나왔다. 치과 치료와 헝가리 관광을 묶은 '퓨전 상품'이다. 소프론의 치과에서 진료를 받은 뒤 오후에 인근 고성들을 둘러보고, 진료가 없는 날은 부다페스트까지 가서 박물관 관람과 온천욕 등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한 여행사가 최근 내놓은 7박8일간의 '임플란트 관광'에 드는 비용은 총 3150유로. 프랑스에서 치료만 받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 요즘은 선금을 내고도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중.노년층에 인기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임플란트(Implant)=이가 빠져나간 치조골에 인체에 거부반응이 없는 인공 치근을 심은 뒤 인공치아를 고정시켜 치아의 원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시술. 일반 보철물이나 틀니는 시간이 지나면 주위의 치아와 뼈가 상하지만 임플란트는 치아 조직을 상하지 않게 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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